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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실명제가 최선책(고지가 벽을 깨자:1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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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실명제가 최선책(고지가 벽을 깨자:10·끝)

입력
199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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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등 「얼굴」없는 투기 잡아야 고지가의 철벽을 깨기 위한 최선의 대안은 부동산 실명거래제의 확립이다.

 「얼굴」없는 투기꾼은 늘 음습한 「탈법」의 그늘에 숨어있다. 이들은 미등기전매나 명의신탁등 소위 비실명·차명형태의 부동산거래를 통해 제아무리 막강하고 치밀한 투기방지장치와 토지관련 세제라도 한순간에 무력화시킨다. 이들이 저지르는 비실명의 탈법앞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청렴한 공직자, 깨끗한 부, 형평과세등 각종 덕목조차 크게 빛을 잃고 있다.

 지난달 중순 비리혐의로 구속된 한호선전농협중앙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부동산 3건 23억원어치를 친척이나 부하직원 명의로 소유한것으로 밝혀졌다. 한전회장은 지난해 공직자재산등록 당시 자기 명의의 11억여원만 공개했었다.

 얼굴없는 비실명 거래로 엄청난 부동산을 숨기고 겉으로는 평범한 재산의 성실한 사람인양 행세한 셈이다. 공직자의 청빈을 보장하기 위한 재산공개가 이런 하잘것 없는 재산은닉 수법에 너무 어이없이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공부상의 소유자와 실질소유자를 일치시키자는 부동산실명제가 하루빨리 실시돼야 하는 이유는 비단 이같은 사회정의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등기않는 전매를 통해 투기꾼들은 땅값의 5%에 이르는 취득·등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명의신탁 해제를 통해 양도소득세나 증여세등 엄청난 세금부담을 가볍게 피할 수 있다. 반면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들은 겨우 집 한칸 땅 몇평을 갖고서도 세금공세에 곤욕을 치러야 한다. 비실명의 부동산거래가 용인되고선 과세형평 원칙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투기를 원천봉쇄하는 대책으로 내세워 추진중인 부동산 전산시스템도 「가짜명의」앞에선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토지·주택을 과다 보유하거나 소득없는 배우자·자녀의 명의로 분산한 사람을 전산자료로 추적, 세금을 누진 중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료에 입력된 이름 자체가 거짓인 상황에서 전산시스템이 제 위력을 보일 수 있을까. 토지거래의 허가제·신고제, 농지 및 임야매매의 증명등 그동안 당국이 쏟아낸 투기억제 장치는 많고많았지만 남의 명의로 거래·등기하는 탈법앞엔 이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현행 법상으로도 부동산실명제의 골격은 있다. 지난 90년 입법된 부동산등기 특별법이 바로 그것이다. 투기 광란을 잠재우기 위해 법조계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만든 이 법은 조세면탈을 노린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등기의무화, 미등기전매에 대한 형사처벌등 각종 규정을 갖추고는 있다. 하지만 등기부상의 소유자를 진정한 소유자로 인정치 않는 현행 민법상 등기제도나, 계약자유 원칙만을 고집하는 사법부의 판례때문에 명의신탁을 악용할 소지는 너무나 많다. 이때문에 실명거래 정착은 아직도 「희망사항」에 머무르고 있다.

 고지가의 철벽은 날이 갈수록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불과 몇년새 주택값·전세금이 몇배로 뛰는 판에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할 의욕이 날 리 없고 수천억원의 용지값을 물면서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기업이 없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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