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에 드리워진 안개와 적막을 깨뜨리며 울려오는 산사의 새벽 종소리는 고행승의 간절한 기원을 담고, 슬픈 듯 은은한 소리로 울려 퍼진다. 오대산 상원사 동종은 소리 뿐 아니라 특이한 구조, 빼어난 조형미로 눈길을 끈다. 신라 성덕왕 24년(725)에 신라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모아 만들어진 오대산 상원사 동종은「한국 종」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그 모양이나 구조가 독특하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종은 우리 종 가운데 조형적으로 가장 아름답고 동시에 가장 오래된 종으로도 유명하다.
높이 1.67m인 이 종은 어깨부터 종구에 이르는 몸체의 긴 곡선이 은근하면서도 전아한 기품을 드러내며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웅건한 조각으로 된 용틀임으로 종의 꼭지를 삼았으며, 이 꼭지 뒤에 용통이라고 불리는 적당한 크기(33.5㎝)의 파이프 모양 장식이 세워져 있어 중국이나 일본의 종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 용통은 종 안에서 공명하는 소리가 새어나가도록 해 종소리가 은은하고 멀리 퍼지도록 돕는다.
또 종의 어깨와 종구에는 비천과 보상화문을 부조한 견대와 하대가 있고, 9개 씩의 도드라진 종유를 에워싼 네 군데의 유곽에도 같은 모양의 무늬가 장식돼 있다. 또 종신의 중심부에는 주락비천상과 연화문으로 된 당좌(종을 울릴 때 당목으로 치는 장소)를 두군데 씩 부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고 최순우선생은 『이러한 종의 양식은 한국 종에 있을 뿐이어서 학자들은 이 종을「한국 종」이라는 학명으로 부른다』고 밝힌바 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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