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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 더 악화… “당분간 소모전”/조계종 승려대회이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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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 더 악화… “당분간 소모전”/조계종 승려대회이후 전망

입력
199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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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종회분열… 방향 못잡아/범종추 「최대인원」에 고무 공세강화/총무원 제도권스님 적극포섭 태세 혼미를 거듭하던 조계종 분규사태는 10일 전국승려대회와 더불어 「종단개혁회의」가 출범했으나 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계종은 이날 승려대회를 기점으로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파와 서의현원장 지지 세력으로 오히려 종단이 양분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더해 「서원장 즉각사퇴」를 결의했던 원로회의까지 서암종정측과, 이날 원로회의 의장으로 추대된 혜암스님측으로 분열돼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서암종정등은 9일 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뒤늦게 5일의 원로회의 결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혜암 석주스님등은 범종추의 개혁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종단안팎에서는 91년 총무원이 강남·강북으로 두동강 났던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지루한 소모전이 뒤따를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종헌·종법상 법통을 잇고 있는 중앙종회 의원들과 중진스님들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종회는 6일 중진의원 간담회를 갖고 원로회의의 「서원장 즉각사퇴」결의를 수용한다는 입장만 표명했을 뿐 9일 비상종회를 소집하려다 전격취소하는등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서원장을 3임시킨 의원들과 이에 반대한 의원들간에 사전의견조율이 간단하지 않은 상태인데다 범종추와 총무원 어느쪽을 당장 지지하기보다는 사태의 추이를 관망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종회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범종추에서는 이날 승려대회에 서옹전종정을 비롯해 원로회의 스님 및 중진스님 다수가 참여하는등 80년대 이후 역대 승려대회 중 최대규모인 2천여명이 모여 결집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정통성확보에 일단 성공한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총무원 체제가 형식적으로 당분간 지속하더라도 이미 개혁의 도도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범종추는 무엇보다 혜암스님을 비롯한 원로회의 의원 8명이 10일 상오 칠보사에서 모임을 갖고 범종추 지지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종정추대 취소 경고』까지 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70년대 조계사―개운사 분규 때 종정선출권을 갖고 있는 종회가 종정추대 취소권도 갖는다고한 법정의 판결을 원용할 때 현종정이 원로회의에서 선출된 만큼 원로회의가 탄핵권도 갖고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범종추는 그러나 총무원과 종회를 모두 개혁의 장애물로 간주하면 부담이 클것으로 판단하고 당초 계획과 달리 10일 승려대회에서 중앙종회 해산결의를 취소했다. 대신 종회의원과 중립적인 중진스님을 끌어안는 데 힘을 쏟을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총무원측도 9일 서암종정의 승려대회 개최금지 교시 발표에 중진스님 40여명을 끌어들임으로써 이번 사태를 개혁이 아니라 체제 대 반체제의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는 한편 종회를 비롯한 기존 제도권내 스님에 대한 적극적인 포섭에 나설것으로 범종추측은 분석하고 있다. 총무원측은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의 초점이 차츰 사회적 시각에서 종단내부 문제로 축소되기를 기다려 자연스럽게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개혁파측은 읽고 있다.

 최근까지 국면을 개혁 대 반개혁의 명분으로 종단 안팎의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한 범종추로서는 이번 종정 교시가 오히려 종정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결과를 낳았다고 여기고 있다.특히 원로회의 의원 다수(8명)가 승려대회에 참여하기 직전 종정 불신임결의를 경고 하고 서암종정이 거처하는 문경 봉암사에서도 일부 스님이 이번 교시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소문이 범종추에서 나오고 있어 앞으로 분쟁이 명분시비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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