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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개혁총리의 단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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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개혁총리의 단명(사설)

입력
199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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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정치개혁을 주도하던 호소카와(세천호희)일본총리가 8일 정치자금 의혹문제로 사임했다. 재임 8개월의 단명이었다. 지난해 일본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총리자리를 거머쥐었을 때부터 그가 7개정당 1회파로 구성된 연정의 총리란 점에서 잠정정권이 될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예상대로 단명총리로 끝남에 따라 일본정계는 후임총리인선을 둘러싸고 진통 및 나아가 정계개편의 가능성까지 있어 한시도 눈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구마모토(웅본)현지사를 거쳐 일본총리가 된 그는 전후세대의 총리답게 국내외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정치개혁을 정권의 중요목표로 세우고 관계법안을 성립시키는등 어느정도 목적을 달성했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선 역대총리와는 달리 미국의 요구에 명확히 「노」라고 해 미국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일관계에서도 지나간 역사에 대해 깊은 이해를 표명하고 김영삼대통령과 경주회담때는 솔직하게 사죄의 뜻을 밝혀 우리국민들의 호감을 산 신세대 총리였다.

 이처럼 정치개혁에 앞장서는 등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한 호소카와총리가 정치자금에 관련된 의혹으로 사임한 것은 일본정치의 아이러니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일본정계는 그동안 사가와규빈(좌천급편)과 리크루트사의 뇌물사건등으로 정치인이 구속되고 자민당정권이 무너지는등 정치부패로 얼룩져왔다. 이의 척결을 외치던 호소카와총리까지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은 일본으로선 불행한 일이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는 자세는 본받을만 하다.

 호소카와총리의 사임으로 일본의 정치개혁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연정관계자들은 그의 개혁정치를 계승하겠다고 하지만 그 주역이 무대를 떠난 상황에서 개혁의 순조로운 진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38년간에 걸친 자민당정권타도란 공동목적을 위해 급조된 연정의 각정당·정파는 호소카와총리가 추진하던 정치개혁이 일본국민의 염원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각정당의 당리당략에 집착하면 일본정계는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연정의 불화는 전후 이탈리아와 같은 정치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정계가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우리가 바라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호소카와총리의 퇴임은 우리나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북한핵이란 공동관심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동안 한일양국은 개혁정권이 들어섬으로써 서로 격려하며 이를 추진해왔다. 그의 퇴장으로 이같은 양국의 공조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루 빨리 일본정계가 안정돼 그동안의 양국관계를 밑거름으로 한차원 높은 한일관계의 형성과 국제사회에서의 공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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