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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6시간생방/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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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6시간생방/한기봉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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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밤 8시45분부터 8일 새벽 3시까지 프랑스 국민 1천만명은 TV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장장 6시간동안 이나라 국민들은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공영과 민영 6개 TV채널 모두가 똑같은 단하나의 프로만 방영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우리모두 시다(SIDA)를 거부한다」. 「시다」는 에이즈를 가리키는 프랑스 말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프로는 당초 4시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국적 반향이 엄청나자 2시간이나 더 연장됐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수 없는 이 TV 기획물은 프랑스의 수많은 에이즈관련 민간단체들이 공동으로 추진한것이다.

 목적은 세가지이다. 에이즈에 관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일반에게 알리고 에이즈환자의 사회적 적응을 도우며 에이즈기금을 마련하기 위한것이다.

 프로그램은 젊은 남녀 에이즈 감염자 두명의 공개적인 고백으로 시작됐다. 초대석에는 에이즈감염자들과 에이즈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몽타니에 박사등 의학자를 비롯해 프랑스 최고의 지성인들과 유명인사, 연예인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이 6시간은 감동과 눈물, 호소와 분노의 리얼한 드라마였다. 이와함께 정부의 에이즈정책, 사회의 무지와 편견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토론의 무대이기도 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에이즈환자의 노력, 에이즈에 걸린 자식을 둔 부모의 심리적 갈등, 호모와 마약중독자의 주장, 전과자의 폭로등이 이어졌다. 콘돔의 사용법, 사랑의 방법등도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이 말하고자 한것은 결국 단 한가지였다. 그것은 에이즈가 더이상 부끄러운것도 터부의 대상도 아니며 인류 모두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라는것이다.

 한 여류저명인사가 옆에 앉은 에이즈감염자와 입을 맞추는 모습은 가장 상징적인 메시지였다.

 이날밤 무려 7만통의 전화가 주최측에 걸려왔다. 그리고 5천만 프랑(73억원)이 에이즈퇴치 및 환자구호기금으로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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