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저지 긴밀공조 입장 고수/경제개혁가속 대미관계 개선 호소카와(세천호희) 일총리의 퇴임이후 일본의 외교정책은 변화할 것인가. 세계교역량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총리사임으로 정치적공백을 맞자 세계각국은 후임총리의 향방을 점치며 일본의 통상 및 외교정책변화가 자국에 미칠 영향을 가늠질하고 있다. 후임총리의 성향이나 정책에 따라 기존의 대일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의 대한정책과 북한의 핵문제해결을 위한 제재협력등의 현안, 동북아안보문제등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양국을 오가며 2차례나 정상회담에서 우의를 다지고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북핵문제와 한일현안에 대한 의견조율을 해왔던 김영삼대통령에게 있어 호소카와총리의 사임은 유력한 「지한파」 한사람을 잃었음을 뜻한다. 특히 긴장도가 점증하고 있는 북한핵문제해결을 위해 일본의 대북제재협력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김대통령과 공감의 폭을 넓혀왔던 호소카와총리의 퇴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총리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하타(우전)외무부장관등 연립여당의 수뇌부는 기본적으로 북핵문제의 악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고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가 내려지면 헌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북핵문제에 관한한 급격한 정책전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당중에서 친북한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사회당의 입장은 이같은 방침과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당에서 총리를 배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그다지 우려할만한 변수는 아닌 셈이다.
일본정가에서 킹메이커로 꼽히고 있는 실세정치인 오자와(소택)신생당대표간사는 그의 저서 「일본개조계획」에서 『일본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정치·군사력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적극적인 일본역할론은 종종 일본평화헌법의 개정에 의한 재무장의도로 오해를 받아왔다. 일본이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를 향해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야한다는 그의 지론은 앞으로 탄생할 정권에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 정권을 담당할 총리는 동북아의 안보문제에 역대 어느정권보다 관심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작 일본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대미통상등 무역분야라고 할 수 있다. 미일관계는 지난 2월 실패로 끝난 포괄경제협의 이래 현재 최악의 상태이다. 대일제재를 주목표로 부활된 「슈퍼301조」의 발동여부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여온 일본은 오는 7월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마저 현안의 일괄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엄청난 무역보복을 당할 위기에 몰려 있다. 클린턴정권은 호소카와총리가 일본의 정치와 경제를 개혁해나갈 기수로 보고 입지를 강화해주기 위해 시간을 유예해주는등 배려를 해왔다. 여기에는 개혁의 기치를 들고 나선 호소카와를 통해 뿌리깊은 일본의 관료지배구조를 무너뜨리고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시정, 미국기업의 일본상륙을 용이하게 해 심각한 대일무역역조현상을 시정해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호소카와의 사임으로 이같은 의도는 일단 불안한 국면을 맞게 됐고 따라서 지금까지 유보해왔던 경제보복조치라는 극단적이고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눈앞에 닥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통산성을 비롯한 일본의 경제부처 관료들은 『미국은 일본의 새 정부의 통상정책을 판단하는 근거로 거시적인 방향성과 규제완화의 구체적내용을 들고 있다』며 『새 정부가 당초 예정대로 주택과 유통분야등에 대한 규제완화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미국에 의한 무역보복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새로 출범하는 정권은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해 나가되 최대난제중 하나인 대미통상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비롯한 경제 및 행정개혁에 박차를 가해나갈 것이 분명하다.【도쿄=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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