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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리적 운명/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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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리적 운명/박무 경제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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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화 세계화가 국가의 커다란 시책방향으로 제시돼 있는 가운데 서울의 「국제성」에 관련된 두가지 보도가 잇달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제화 세계46위

 하나는 서울의 생계비가 세계에서 3번째로 비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의 국제화수준이 세계 46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의 물가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가 아닐수 없다. 스위스 물가조사기관인 코퍼레이티드 리소스 그룹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생계비 지수는 1백18이다. 세계20개 주요도시의 1백51개 기본생필품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서 뉴욕을 기준(1백)으로 국제비교한 이 조사자료는 동경 북경에 이어 서울이 3번째로 생활비가 많이 드는 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파리나 런던 빈 뮌헨등 일류 도시들보다 서울물가가 훨씬 비싼 것이다.

 서울의 국제화 수준이 세계 46위밖에 안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던 사실로서 물가와는 다른 어떤 충격같은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국토개발연구원이 세계적 기업과 은행 국제기구등의 소재유무, 국제회의 개최빈도, 국제금융센터로서의 기능등을 기초로 국제화지수를 만들어 따져보니까 서울의 등급이 세계 46위로 나타났다. 방콕이나 마닐라 뉴델리같은 도시들보다도 훨씬 더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국의 교역량은 세계 12위, 국민총생산(GNP)규모는 15위다. 서울은 올림픽을 개최한 곳이고 인구규모로 따져 세계 제4위의 도시다. 경제적 수준이나 총체적 국력이나 어느모로 따져봐도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이 세계 40위 이하로 처질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감정일 것이다.

 국제적인 위상으로 봐서도 그렇고 정도6백년이란 오랜 역사로 봐도 그렇고 끼고 있는 산이나 강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봐도 그렇고 어느모로나 서울의 국제적 랭킹이 40위권 밖이라는 사실은 너무 실망스러운 것이다.

○위치 아시아중심

 북한산이나 남산의 서울타워에서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본 사람들은 한번쯤 탄식을 안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자욱하게 깔려있는 매연의 회색 빛 하늘아래 드러나 보이는 거대한 괴물의 모습, 길하나 반듯하게 눈에 뛰는게 없고 건물하나 단정하게 정렬해서 들어선 곳 없이 무질서와 난잡의 극치를 이룬 거대한 콘크리트숲이 바로 서울의 모습이다. 

 풀한포기 없는 것 같은 삭막한 정경에다가 산 꼭대기마다 판잣집 같은 낡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엉겨붙어 있어 어디 한군데 그럴듯하게 눈길이 가는 곳이 없다. 무질서와 혼란의 거대한 엉킴만 연상케하는 모습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숲, 도처에 널려있는 공원들, 줄을 그려놓은 듯 반듯하게 좍좍 뚫려 있는 도로들,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빌딩들, 멋을 낸 조형건물들과 고색창연한 유적 등등 어지간한 도시들이면 다 갖추고 있는 이런 모습들이 서울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흔적이 없다.

 서울은 동경 북경과 함께 아시아의 중심도시가 돼야할 지리적 운명을 갖고 있는 도시다. 대륙과 해양의 교차지점에서 북경이나 동경보다 더 중심적인 아시아의 센터가 돼야할 위치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동북아공업벨트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은 그 신흥공업벨트의 배후기지로서 엄청난 경제적 역할이 기대되는 곳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무질서방치 곤란

 서울이 이렇게 초라하고 무질서하고 더럽고 생활비만 비싼 지구촌의 궁벽한 시골도시처럼 방치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우리나라의 국가적 역량이나 국민의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 것인지…. 행정권을 틀어쥐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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