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등 “핵물질전용 1∼2개 제조”/국무부 “불확실… 개발의지는 분명”/미 저지정책 “1차 개발계획 동결… 이미 보유땐 원상회복”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북한의 핵무기 보유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페리장관은 이날 NBC TV와의 대담을 통해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중앙정보국(CIA)의 분석을 전하면서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개발계획을 현수준에서 동결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현시점에서 북한의 핵보유여부에 대한 견해는 미국정부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CIA는 북한이 이미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국방부 산하의 국방정보처(DIA)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위(NSC)등에서는 북한의 핵보유설에 조금은 미심쩍다는 표정이다.
사실 제임스 울시 CIA국장도 북핵보유설에 확신을 갖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 미국관리들의 모범답안으로 인용되는 CIA의 정보분석은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할만한 양의 핵물질을 빼돌린게 거의 확실하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여부에 관해 이처럼 미행정부내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북한핵문제에 대한 빌 클린턴미행정부의 견해는 『현재로서는 핵보유여부가 불확실하지만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추진할 의사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니 이를 기필코 저지해야 되겠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될경우 동북아의 안보불안정뿐 아니라 이란등 제3세계국가에 핵무기와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엄청난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천명한 이래 줄곧 그같은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페리장관의 발언도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정책기조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현재의 이슈는 그들(북한)이 한개, 또는 한개 반, 또는 2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느냐하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금 추진중인 핵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인지의 여부에 있다』고 전제한뒤 『그들은 1년에 12개 이상의 (핵)폭탄제조계획을 준비하고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페리장관이 전한 미국의 대북핵정책은 1단계로 이러한 핵개발 계획을 현수준에서 동결시킨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다는 이른바 「롤백정책」의 실행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당연한 질문은 과연 미국이 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북핵 저지를 강행할 것인가이다. 페리장관은 NBC와의 대담에서 제기된 이같은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다만 「미국의 북핵외교가 실패할 경우」라는 단서를 붙여 군사행동도 배제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는 발언을 했다. 이는 그가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 편집진과의 회견에서 행한 대북 강경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페리는 자신의 발언이 서울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자 지난달31일 워싱턴을 방문중인 한승주외무장관에게 기사를 「과장보도」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페리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최후에는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북핵개발을 저지한다는 클린턴정부의 정책을 재천명한 셈이다. 페리장관은 그러나 이날 대담에서 북한과의 적극적인 협상을 강조해 대화를 통한 북핵계획의 현상동결과 궁극적인 저지라는 클린턴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