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잊고 있는 것/박찬식(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잊고 있는 것/박찬식(메아리)

입력
1994.04.05 00:00
0 0

 북한문제를 다룰 때 잊기 쉬운 일이 있다. 김일성이 한국전쟁의 살아있는 전범이라는 점과, 김일가의 권력세습을 용인할수 있느냐 하는 점이 그것이다.  6·25당시 주요 참전국 원수 가운데 이승만 루스벨트 모택동 스탈린이 모두 죽고 지금은 김일성 혼자 살아남았다. 전란의 고통을 잊을수 없는 사람들이 남쪽에 아직 얼마든지 살아 있고, 그들에게는 김일성이 전쟁범죄자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독일통일후 남쪽은 자꾸만 대화를 하자고 북쪽에 제의하고 있지만, 가령 얘기가 아주 잘 풀려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김일성이 회담에 참석하러 서울에 오는것을 남쪽사람들이 그냥 있을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돼있는것 같지 않다. 

 또 현재의 남북대화는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문제삼지 않기로 하는데서 출발하고 있지만, 남쪽사람들의 대다수는 심정적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 남쪽에는 수많은 희생 끝에 이제 겨우 문민정부가 성립됐고, 장래의 통일한국은 자유민주주의국가여야 할것이라고 남쪽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대화가 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김일성부자의 국가권력 세습체제를 자유민주주의와 병립시키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의 문제가 먼저 풀리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방정책이후 왕래가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중국은 프롤레타리아독재가 45년간 계속되고 있으며, 반체제민주화운동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는 공산국가라는 점이 자주 간과되고 있다.

 황병태주중대사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중의 협력방식을 잘못 말했다 해서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작년에 대사로 부임할 때도 한국이 이제부터는 미·중과 등거리외교를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닌 셈이다. 체제와 이념이 같고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으로 맺어져 있는 미국과, 수교후 아직 2년이 못된 공산독재국가 중국이 어떻게 같은 수준에서 논의될수 있다는 것인지 그의 설명이 듣고 싶다.

 원칙을 망각하고 엉뚱한 소리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외교관이 황대사만은 아니다. 비슷한 때 일본에 부임한 공로명대사는 취임하자마자「일본의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 가입 지지」를 공언했다. 남북분단의 원인제공자가 일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지금처럼 일본과의 사이에 별 탈이 없으면 몰라도 앞으로 동북아세력판도가 달라져 한·일관계가 험하게 될 경우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일본은 한국외교에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될것이 뻔하다. 대사들을 모아놓고 국가의식 교양강좌라도 열어야할것 같다.<편집부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