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끗발」 재무·내무·건설선망/총무단에 읍소… 심지어 협박도/지금은 “개혁바람 14대국회선 큰재미 못봤다” 중론 상문고가 국회교육위소속 의원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한 의원은 『고등학교도 로비하다니 이제는 교육위도 괜찮군』이라고 말했다. 그가 던진 「괜찮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짐작할수 있다. 정치권의 속어로 표현하면 로비를 통해 「떡고물」(돈)이 오간다는 뜻이다.
국회에는 인기상임위와 비인기상임위가 엄연히 존재한다. 일부 의원은 자신의 전문성, 의정활동을 상임위선택의 기준으로 삼기도 하지만 다수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생각으로 「괜찮은 상임위」를 원한다. 민원을 해결할수 있고 뒤탈없는 이권이 있는가 하면 뉴스거리가 많아 언론에 부각될수 있는 상임위가 「0순위」인게 현실이다.
인기상임위는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재무 내무 건설위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뒤를 교체 보사위가 따르고 있고 농림수산 국방 교육 상공자원 문체위등은 중위그룹에 속한다. 16개 상임위중 비교적 지원이 적은 곳은 경제과학 노동 법사위라 할수 있다.
○중진들 외무·국방 선호
물론 이는 절대적인 분류는 아니다. 중진의원의 경우 격조있는 외무 국방위가 우선선택 대상이고 의욕적인 의원은 이권이나 민원을 신경쓰지 않고 관심분야의 상임위를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원은 이른바 인기상임위에 가고싶어 한다.
재무 내무 건설위가 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J의원은 「돈과 끗발」이라는 표현으로 이를 설명했다.
『재무위는 재무부와 10여개 이상의 은행, 증권·보험감독원, 국세청등 굵직한 기관을 관할하고 있다. 몇억원의 융자도 가능하고 취직도 별 무리없이 시킬수 있다. 커미션도 생기고 인심도 쓸수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국감때만 되면 재무부 은행등 피감사기관이 재무위원에게 인사를 하곤 했다. 이것만으로도 몇달동안 지구당을 관리할수 있을 정도였다』
『내무위는 경찰서 군청등 지역행정관서를 총괄하는 내무부를 대상기관으로 하고 있다. 내무위원이 관광지에 내려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인근지역의 군수와 서장이 찾아와 정중한 대접을 했다. 그러니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행정관서의 도움을 받는데 유리할수밖에 없다』
○정부공사 수주 돈벌이
『건설위는 건설업을 하는 의원에게는 꿈의 상임위였다. 정부공사의 하청이라도 자신의 기업이 맡으면 다음 선거비용은 남는다는게 정치권의 알려진 비밀이다. 13대때 한 의원은 소규모의 정부공사를 따내 수십억원을 벌었다. 그는 14대때 전국구후보가 되기 위해 50억원의 헌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
인기상임위 집중현상은 14대초 민주당의 상임위 배정을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총무단에 희망상임위를 3지망까지 적어냈다. 그 결과 1지망은 재무위 28명, 건설위와 내무위 20명으로 심한 편중현상을 보였다. 반면 경과 행정위는 한두명만 신청했고 노동위 희망자도 4명에 그쳤다.
정도는 덜했으나 민자당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재무 내무 건설 교체위는 희망자가 정원의 2∼3배를 넘는 인기를 누렸다. 이런 현상은 4년임기동안 두차례 이루어지는 상임위 배정 때마다 나타난다. 이때만 되면 총무단은 교통정리에 부심하고 의원들은 「노른자 상임위」에 가려고 온갖 채널을 동원한다. 총무단에 사정도 하고 눈물을 비치는 읍소작전도 쓴다. 심지어 협박도 하며 당지도부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무려 7시간동안 원내총무실에 죽치며 재무위를 고집한 경우도 있었다. 이를 지켜본 당료들은 『참 독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부도날 위기에 처해있다며 재무위를 고집했다. 거액의 융자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것이다. 설득을 하고 나중에는 고함도 쳤다. 막판에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재무위에 가지 못했다.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되 이해당사자를 관련상임위에 보내지 않는다는 기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도 맥을 못쓸 경우도 있다. P의원과 H의원은 「단독플레이」로 이철총무를 설득시키지 못하자 당지도부에 호소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임위를 기어이 따냈다. 또 한 중진의원은 윽박지르면서 자신이 주선한 전국구의원과 함께 인기상임위로 배정받기도 했다.
민자당의 경우도 총무단에 폭언하는 의원도 있고 『두고 보자』는 일부 중진의원도 있었다.
○쟁점있는 곳엔 로비
이처럼 우여곡절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기상임위에 간 의원의 득실은 어떠했을까. 14대 국회에서는 별로 득이 안됐다는게 중론이다. 한 재무위원은 『개혁정치의 바람은 인기·비인기상임위의 구별을 희석시키고 있다. 이제는 음성적인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의정활동으로 인기도를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입법도 상임위배정을 둘러싼 추문을 줄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노동위 돈봉투사건에서 볼수 있듯이 쟁점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는 여전히 음성적인 로비가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은밀한 로비가 존재하는한 「옛맛」을 잊지 못하는 의원이 있을 수 있다. 일만 터지면 국회로 비리의혹의 시선이 쏠리는것만 보아도 아직 우리 국회에는 「염불보다는 잿밥」을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있음을 알수 있다.
오는 5월이면 14대국회가 후기를 맞아 의장단을 비롯한 국회직이 개편되고 이에 따라 의원들의 상임위배정도 다시 이루어진다. 물론 상당수의 의원들은 별다른 변동이 없고 일부 의원만이 새로운 상임위로 가는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으나 이번에는 이동의 폭이 보다 클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의 처리와 국회제도운영개선안이 마련되면서 일부 상임위가 통폐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상임위 재배정은 정치개혁시대를 맞는 첫 시험대로서 의원들의 인식과 행태가 과거와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의미있게 쳐다볼 필요가 있을것같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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