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핵…클린턴의「작은 입」/아브라함 로젠탈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핵…클린턴의「작은 입」/아브라함 로젠탈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입력
1994.04.04 00:00
0 0

 빌 클린턴대통령은 지난주 프라임 타임대에 방영된 TV기자회견 서두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언급했다.그는 단지 열마디의 말을 했을 뿐이다. 회견장에서 클린턴은 미국언론을 잘 요리했다.회견이 끝날때까지 아무도 화이트 워터사건이외에 다른 문제를 제기하기 않았다.

 그 당시 흥분한 한 외신기자는 클린턴에게 한국 러시아 남아공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클린턴은 한국과 관련해 『현재의 상황은 심각하고 북한은 지금이라도 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의 답변은 교묘하지만 알맹이가 없어 미행정부 전체가 느끼고 있는 위험도나 심각성을 전해주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같이 최근의 미국언론은 화이트 워터사건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그러한 언론보도는 물론 중요한 것이다.그러나 그간 클린턴이 언론에 대처해온 능력으로 보아서는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화이트 워터사건을 깨끗이 처리하고 또한 한반도 위기상황을 처리하는데 있어서도 국민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하고 있는 모든 말은 그의 외교정책팀이 믿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과의 불화는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외교적」문제중 하나이며 지금은 세계적인 핵확산위기를 저지하는데 중요한 단계라는 것이다.

 클린턴은 북한의 남침도발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그러나 지난 1년간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는 경직되고 격리된 이 공산주의 정권의 도발야욕과 핵무기보유 의지를 꺾을 수 있었는가를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은 아직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그는 또한 현재까지 그러한 세계적인 위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솔직하고 전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미국 국민들은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그 어떤 위기의 진척상황과 정부의 대처방안을 정확히 알 권리를 갖고 있다.미국 국민들은 북한이 전쟁 그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까지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독재자들이 전쟁을 말로 위협할 때 그들의 위협은 이루어졌다.히틀러로부터 후세인에 이르기까지 금세기 모든 독재자들은 그들의 전쟁위협을 실행에 옮겼다.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게 한다면 제2의 한국전은 일어날 수도 있다.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전쟁도 도발하지 않는다면 클린턴대통령은 그간 미국 국민들에게 이 사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한 셈이 되는 것이다.

 특히 평양정권은 클린턴이 미국민들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통한 아시아지역의 패권을 포기하기보다 차라리 남한을 침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해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 국민들이 전쟁의 위험을 알고 있다는 점을 못알아차린다면 지난 50년 한국침공때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지도 모른다.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침공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북한의 위험에 대한 클린턴의 과묵은 클린턴행정부가 북한정권을 신뢰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결국 클린턴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클린턴은 북한측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전면 핵사찰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 왔다.그는 외교 및 경제적 보상을 제안했다.그러나 평양의 독재정권은 그러한 제안들을 약세의 신호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클린턴의 이같은 노력이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지 못했더라면 그는 전쟁을 도발하거나 임박했을 경우 그에게 절실히 필요한 미국내 및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클린턴은 국민들에게 미행정부가 알고 있는 모든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상업적 이익이나 패권장악를 위해 핵무기를 테러지원국이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분배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이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국제적 문제이다.예를 들어 북한과 이란,그리고 회교과격단체인 헤즈볼라(신의 당)등이 있다.

 왜 이같은 클린턴의 매우 느긋한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의 고급관료들은 이 문제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가.

 의문이 생길 땐 가장 단순한 대답을 찾아라. 클린턴은 그가 한반도 상황을 더욱 명확히 밝히면 국민들이 너무 놀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클린턴의 실수중 하나이다. 즉 현재의 국가적 위협에 대해 맞서고 싶은 국민들의 욕망과 권리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북한 주민들은 상당히 공개적으로 전쟁위기를 거론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의 성인시민에게 그에 걸맞는 이야기를 해야한다.따라서 교묘한 열마디의 말정도로는 더이상 안된다.【정리=박희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