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공조체제 소외에 불쾌감표시 분석/파노프차관,우리대사에 “오해말라” 진화 러시아가 조·러우호조약에 따라 북한의 피침시 군사지원하겠다는 의사표명은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일뿐 북한의 핵개발저지라는 기본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렉산드르 파노프외무차관은 30일 김석규주러시아대사에게 러시아의 기본정책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전날발언에 대해 오해하지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로 파노프차관은 지난 29일 대북군사지원문제를 언급하면서 2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하나는 북한이 먼저 도발을 하지 않아야 하며 다른 하나는 공격을 받더라도 전쟁의 성격을 분명히 파악한 뒤 지원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조·러우호조약이 조약상으로만 유효할 뿐 실제적으로는 별다른 효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있다. 또한 미국무부의 마이크 매커리대변인도 파노프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그리고리 가라신외무부대변인도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조·러우호조약에 따라 북한을 지원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지 『그 조약을 아직 유효하다』고만 언급했을뿐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당시 쿠나제외무부차관(현 주한대사)이 평양을 방문, 김영남당시 외교부부장과의 회담에서 지난61년 체결된 조·러우호조약을 개정한다는데 북한측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이 조약중 전쟁발발시 자동개입한다는 군사동맹조항이 구소련의 붕괴후 변화된 국제적 환경과 맞지않는다며 북한측에 개정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다. 북한도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이를 매듭지을 후속회담개최를 미뤄왔다. 하지만 러시아측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올상반기중 이문제를 논의키 위해 북한외교부의 부부장급(차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현재 구바르샤바조약기구소속국가들과도 이미 북한과 같은 내용의 조약을 개정한 바 있고 동북아지역에서도 이 조약을 그대로 존속시킬 경우 자국의 중립적 위치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한국과 선린우호조약을 맺은 만큼 북한과도 군사부문을 배제한 동등한 조약체결을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현상황에서 북한에게 군사지원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핵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적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러시아측은 한반도 주변 4대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공조체제구축에 배제되고 있다는 점에 크게 불쾌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번 기회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한다. 이같은 의도는 지난 24일 관련당사국 8자회담제의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파노프차관의 회견도 실제로는 러시아의 북핵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취하기위한 자리였다.그는 8자회담에 대한 미국 중국등의 반응을 설명하면서 손성필러시아주재 북한대사를 불러 충분히 검토하도록 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빚어질지도 모를 한반도위기상황에서 중재자역할을 노리고 있다. 코지레프장관도 지난주 전기침중국외교부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또 모스크바를 방문한 하타일본외무장관에게도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는 아직도 친북한기류가 상존하고 있으며 북한입장을 적극 지지하지는않지만 미·일·중을 중심으로 한반도문제가 요리되는 것을 우려하는 세력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의 최근 태도는 보스니아사태에서 보여준 외교적 영향력을 한반도로 옮겨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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