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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미행… 첩보영화 방불/심부름센터 탈법실태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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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미행… 첩보영화 방불/심부름센터 탈법실태와 문제

입력
199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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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경력 등 국가정보 마구유출/불륜현장추적 수백만원 받기도 31일 검찰이 발표한 불법흥신업소 및 심부름센터 단속결과 개인의 범죄전과 및 전화가입자 인적사항등의 정보들이 마구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가 정보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수사결과를 두고 볼때 경찰전산망과 전화국 전산망은 타인의 사생활조사를 업으로 불법흥신업자들을 위한 정보망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적발된 경찰관과 의경들은 각파출소와 연결된 행정전산망용 컴퓨터를 통해 비교적 출력이 쉬운 주민조회의 경우 1건당 1천원씩, 경찰서에서만 출력이 가능한 범죄경력조회의 경우 1건당 20만∼40만원씩을 받고 흥신업자들에게 넘겨주었다.

 구속된 서대문경찰서 세검정파출소 모종범경장(55)의 경우 (주)코델대표 김명준씨(33)에게 확인된 것만 무려 1만3천여명의 주민조회등을 해 준 것으로 밝혀져 경찰관인지 흥신소 직원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심부름센터직원들은 이렇게 입수한 개인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미행과 도청으로 사생활의 비리를 캐내 의뢰인들로부터 거액의 대가를 받아왔다. 특히 이들은 각종 첨단장비와 기막힌 수법을 동원했다.

 검찰에 압수된 장비중에는 무선전화기, FM전용수신라디오,「경찰」이란 글자를 새긴 무전기등의 초보적 장비와 함께 야간투시가 가능한 적외선 망원경등 첨단장비들이 수두룩했다.

 구속된 스피드라인 대표 림현식씨(44)의 경우 이런 장비들로 가득찬 007가방을 승용차에 싣고 다니면서 남녀의 부정행각을 도청,수백만원씩을 의뢰인들로부터 받아오다 덜미가 잡혔다.

 의뢰인들은 이들에게 결혼대상자의 이성관계조사, 남편이나 부인의 간통현장추적, 채권확보를 위한 채무자 소재파악등 다양한 주문을 했다.

 신용카드결제연체금등 부실채권을 회수하려는 금융기관과 노조원의 동태를 파악하려는 대기업들도 이들의 고객들이었다.

 (주)코델의 경우 금융기관이 자체 전산망을 통해 파악한 악성채무자들의 명단을 넘겨주면 2백∼3백명단위로 서대문 경찰서 모경장에게 1명당 1천원씩에 주민조회등을 의뢰하는 방법으로 주소지를 확인, 다시 은행에 넘겨주고 1명당 3천원씩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솔용역은 지난달 1일 경기도의 한 금속회사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해직된 노조원 박모씨에 대한 동태감시를 의뢰받고 50여일동안 회사동료들과의 모임등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왔다.

 검찰 관계자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신용조사수요와 허가된 신용조사업소의 불균형을 법률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서울지검 성백영강력과장은 『현재 아무 법적 규제장치없이 난립한 심부름센터도 일정한 사회적 수요를 충족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수의 신용조사업소를 허가하는 대신 철저한 감독과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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