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산업정책 「산학정협동」전환/“경쟁력 찾자” 연구개발 가속/천담과학기술 이전 등 NASA도 앞장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미 정부와 기업, 학계의 공동전선에 시동이 걸렸다. 산업전반을 자유경쟁체제를 골간으로 하는 시장경제논리에만 맡겨 왔던 미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한 전통적인 「불간섭」에서 「적극적인 개입육성」으로 산업정책의 대전환에 나섰다. 정부자금이 기업에 직접 흘러들어가는 것을 금기시해 왔던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의 연구자금을 직접 지원해주고 있거나 대학등의 연구기관에 대대적인 자금을 지원, 개발된 과학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산업정책변화는 물론 최근 들어 일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국가경쟁력을 되찾기 위한 것으로 기업들도 연합전선 구축에 나서는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의 기술개발정책의 변화를 산학협동을 중심으로 추적, 우리의 대응책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냉전체계가 와해된 후부터 지금까지 최근 약 2년간 미 정부산하의 각종 과학기술연구소에는 「듀얼 테크놀로지(DUAL TECHNOLOGY)」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중기술」혹은 「양면기술」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이 용어에는 기술개발로 국가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미국정부의 의지가 함축돼 있다.
이 용어의 뜻은 정부산하 각 연구소가 개발한 각종 과학기술은 곧 바로 상업기술로 응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것이다. 군사목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VTR기술을 개발했으나 정작 상업화에는 일본이 앞서 결국 오늘날 VTR시장을 일본에 내주게 된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미국정부의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사이 미 정부산하 각종 연구기관들은 정부의 막대한 예산으로 산업계를 직 간접으로 지원하면서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부·기업 공동전선의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국방연구소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국방연구소는 최근 광통신 및 광전자연구와 관련된 국방프로젝트에 착수하기전 세계 굴지의 전기통신회사인 AT&T사에 개발될 기술의 상업화가능성을 미리 타진해보도록 했다. 공산권을 의식해 기술유출을 극도로 꺼리던 불과 몇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음속 2·5인 여객기와 함께 민수용 위성발사체 개발에 뛰어든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의 에어버스 여객기가 세계여객기시장의 3분의 1을 잠식할 정도로 미국의 보잉사를 추격하고 역시 유럽의 아리안로켓이 상업적으로 성공한데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자 항공우주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NASA가 자국산업보호에 앞장서고 있는것이다.
산업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의지는 각종 기술개발계획의 명칭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방연구분야에서 첨단기술개발을 의미하던 「선진국방기술연구계획」이 클린턴정부 출범이후 국방이란 말이 빠진채 「선진기술연구계획」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워싱턴에 인접한 메릴랜드주 베데즈다에 있는 미 국립보건연구원(NIH)도 민간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보사부산하인 NIH는 1백억달러 정도의 1년예산중 80억달러를 민간기업의 연구에 지원하고 있다.
NIH 기술이전국의 스티븐 퍼거슨씨는 『NIH의 대기업지원활동은 지난 86년 제정된 「연방기술이전법」에 근거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는 자체개발한 특허기술을 민간기업이 임대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간의 공조체제가 유전자치료법 및 생명공학을 이용한 의약품개발과 의료장비의 첨단화등에서 미국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메릴랜드주의 게티스버그에 있는 미 상무부산하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도 기업지원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NIST에서는 상업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외부기업의 연구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키 위해 「선진기술계획」(ATP)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이 프로그램은 기업의 연구프로젝트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친 뒤 공동투자형식으로 정부와 기업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 NIST에서도 NIH처럼 기업연구지원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93년의 경우 2백여개 기업과 2백50건의 연구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중 절반 정도가 중소기업과의 계약이란 점에서도 경쟁력회복을 위한 미국의 의지가 보통 만만한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메릴랜드주 베데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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