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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아마추어(장명수 칼럼: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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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아마추어(장명수 칼럼:1660)

입력
199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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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의 북경 방문중에 벌어진 황병태 주중대사의 해프닝은 그가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를 의심케한다. 한나라를 대표하여 대사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가 가있는 나라가 중대한 국가 이익이 걸려있는 나라라면, 아찔한 일이다. 황대사의 실수는 그가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식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대사로서 발언하고 있는지, 국회의원 후보로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는지를 구분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대사가 할일과 공식대변인이 할일도 구분하지 못했다.

 그는 3월29일 저녁 내외신기자회견을 자청하여『북핵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한미간에 논의를 끝낸뒤 중국에 통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한국이 중국과도 논의하고 같이 행동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 외교는 대미 대일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가 깜짝놀란 청와대팀의 제지로 이를 전면취소하느라고 일대 소동을 부렸다. 기자들은 황대사가 자신이 김영삼대통령의 「측근」임을 지나치게 의식한데다가 「한건」하겠다는 욕심이 앞서 이같은 실수를 한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평범한 시민들이 들어도 깜짝 놀랄 내용이다. 우리의 대미관계는 국가안보가 걸려있는 관계다. 3만2천명의 미군이 이땅에 주둔하고 있고, 6·25때는 5만명이상의 미군이 전사했다. 중국과는 국교가 트였다고 하나, 그 나라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북한편에 서있는 공산국가이고, 6·25전쟁에서 우리와 맞서 싸웠던 나라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미국과 같은 차원에서 처음부터 중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해도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일반국민도 고개를 갸웃거릴 일을 외교관이 자진하여 떠들었으니 한심한 일이다.

 출범 1년이 넘은 김영삼정부안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행태를 보이는 사람은 황대사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관료인지 정치인인지 구별을 못하고 있다.

 나라일을 맡은 사람들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자만심으로 여기저기서 튀는 언동을 하고 있으니, 프로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이 맡은 직책이 얼마나 중차대한지를 깨닫는다면, 겸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노력하여 벌써 프로가 됐어야 한다.

 아마추어 수준의 공직자들에 대한 최종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정부의 국가경영능력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핵등 중요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확고한지 의심스럽고, 아마추어수준의 인물들이 중요한 직책에 머물러 엉뚱한 실수를 계속한다면 국민이 밤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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