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과 경총이 올해 임금인상안에 합의한 30일은 대통령귀국일이자 지난해 타결일(4월1일)을 이틀 앞당긴 날이었다. 이날 노사양측은 이견이 좁혀지기 이전에 타결시한부터 정해놓고 숨가쁜 「속도전」에 돌입했다. 전에없이 다급하고 초조한 표정들이었다. 합의문 발표시간을 상오11시에서 하오2시로, 다시 5시15분으로 늦춰가며 진통을 거듭하면서도 『오늘은 해야죠』 『대통령도 오시는데…』라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타결시한에 대한 강박관념은 노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연초부터 조기타결을 거듭 강조한데다 경쟁력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사회전반에 퍼져 있는만큼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앞당겨져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오 늦게야 노사가 발표한 합의안에도 협상을 서두른 흔적이 역력했다. 『…고용보험제는 95년7월부터 근로자 30인이상 사업장에, 98년이내에 10인이상 사업장에 적용한다. 그러나 중소기업대표들은 반대하고 있다…』 임금인상률을 크게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마지막순간 경총이 내준 카드였다. 당초 「1백50인 이상안」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것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에 대해 중소기업대표들이 경영난 가중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음을 예외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실행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것임을 시사했다.
노사 중앙단체협상은 임금인상억제가 아닌 개별사업장의 노사분규를 최소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충분한 사전조율없이 선언적인 합의안을 도출해냄으로써 오히려 개별사업장에 마찰의 소지를 제공해준 셈이다. 「이틀」이라는 시간과 명분에 쫓겼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합의내용을 모두 수용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노총 역시 마지막 순간 다급하게 서두르는 통에 정부의 책임있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사협상은 빨리 마무리될수록 좋다. 그러나 「이틀」 앞당겼다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몫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틀에 얽매인 나머지 노사 앞날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준 측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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