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고려않고 단기대응/양도세 27년간 15차수술 우리나라의 토지정책은 믿을 수 없다. 땅값이 오르면 「투기억제대책」이다, 「부동산종합대책」이다, 「특별보완대책」이다 해서 호들갑을 떨다가도 땅값이 좀 내린다 싶으면 금세 대책들은 실종된다. 오히려 땅값이 안정세를 보이면 정부는 슬그머니 땅값상승을 부추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때 부동산경기 만큼 손쉬운 부양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냉온탕식 토지정책이 어떻게 고지가를 부추겨 왔는지는 투기억제의 주요 수단인 양도소득세의 변화과정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양도소득세는 60∼80년대를 거치며 무려 15차례 이상 수술대에 올랐다.
63∼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수출경기활황으로 땅값이 뛰자 3공은 67년 「부동산투기억제세」를 도입했다. 양도소득세가 도입된것이다. 그러나 땅값이 하향세를 보이자 71년에 납세면제범위를 확대, 금세 투기억제책을 풀어버렸다.
73년부터 땅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이듬해에 투기억제세를 양도소득세로 개명하고 법인세특별부가세를 신설, 다시 억제에 나섰다. 그러나 75∼76년 사이 땅값상승이 완만해지자 또다시 양도세면제범위를 확대(77년), 억제책을 거둬들였다.
이같은 억제책철회는 78년의 「8·8조치(부동산투기억제 및 지가안정 종합대책)」로 뒤집히고 5공의 3차례에 걸친 주택경기부양책으로 다시 살아났다가 83년 양도세율강화, 90년 「5·8조치」에 이르며 조변석개를 거듭했다.
일관성없는 토지정책은 하나같이 초강경 기세로 서슬퍼렇게 시작되지만 모두가 단기적인 효과에 집착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물가·통화·자원배분 정책이 토지시장에 미치는 장기적 파급효과에 대한 대책은 없다. 국민들은 「땅값신화」는 믿지만 정부시책은 믿지 않는다.
토지에 관해서는 믿을만한 공급정책도 없다. 공장용지등 필요한 용지에 대해 장기적인 수급계획이 없고 그나마 부족한 토지를 아무렇게나 써버리기 때문에 이용효율이 형편없다. 우리나라 5인이상 제조업체 7만2천2백13개(91년기준)중 57.4%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있고 수도권의 무허가공장만도 4천2백29개에 달하는데도 지방공단은 분양이 되지않아 놀고 있다. 지방공단의 값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비지떡이다. 인력수급이 어렵고 도로·용수·전력등 기반시설과 교육·문화·주거환경등이 열악하다. 지방자치단체는 공단조성으로 개발이익을 공짜로 얻으려할 뿐 입주기업에 대한 보조는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제조업유치를 위해 입주기업들에 고용보조금등 초기자금을 지원하는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고지가는 격차가 심한 불균형적 지역개발에도 큰 원인이 있다. 서울의 면적은 전국토의 6% 밖에 안되지만 땅값은 34%를 차지한다. 6대도시의 면적은 전국토의 3%에 불과한 반면 땅값은 56%를 차지한다. 국토의 불균형개발이 고지가를 가중시켜 온것이다.
최근 다시 지가상승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정부의 투기억제의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된것이며 믿을만한 국토균형개발정책 제시가 미약하다는것을 반증한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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