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합의 재이행 방식 촉구/중국 설득한계 현실논 한몫/미서 흘리는 「변형된 제안」싸고 관심 북한핵문제를 다루는 클린턴미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요즘들어 「외교는 가능의 예술」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들은 북한핵문제가 무력대결의 수렁에서 대화의 대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점차 커가면서 이 경구의 묘미를 되새기고 있다. 워싱턴의 이같은 분위기는 북한의 핵사찰방해로 야기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외교적 해결의 기미를 보여 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들 관리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사찰과 남북한 특사교환을 위한 접촉을 가능케 했던 제2단계 북미고위급회담에서의 합의정신이 그대로 살아있음을 애써 강조한다. 비록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로 제3단계 고위급회담이 무산되고 현재의 교착상태가 초래되긴 했으나 북한과의 협상 사상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주고받기식의 거래」였던 뉴욕합의는 그대로 유효하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냉정을 회복하는 대로 뉴욕합의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아무런 전제조건이 없는 뉴욕합의 사항을 재이행함으로써 양국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올 3단계회담을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클린턴행정부관리들은 일부의 호된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동안의 대북협상에서 다른 상대도 아닌 북측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평양과의 협상결과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철회조치를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비록 결렬되기는 했으나 남북간의 재접촉을 성사시킨 점을 큰 성과로 꼽는다. 북한의 핵개발 시간만을 벌어주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북한이 「철저하고 광범한」사찰원칙에 원칙적으로 동의해놓고 있는만큼 북한의 핵투명성 유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는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위해 미국이 취할 조치에 대해 『한미 양국정부가 이제까지 취해온 정책에 약간의 수정이 가해진 변형된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그같은 정책변화에 올해 팀스피리트훈련의 최종 연기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해 그들에게 여유를 주자는것이 한미간의 묵시적인 합의사항』이라고 말해 조건부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연기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이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일환일 뿐이며 『공은 여전히 북한 쪽에 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가 일단 한국정부와의 합의를 토대로 대북 인내외교를 계속할 방침을 굳힌데에는 외교적 해결에 관한 확신과 강경제재에 소극적인 중국 설득에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29일 『유엔에서 한국이나 북한의 역할은 현실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해 안보리의 북한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을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게다가 미국은 5월안으로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 경신여부를 결정하게 돼있어 북핵문제가 이때까지 지체될 경우 중국과 북한 두나라에 대한 경제제재를 동시에 모색해야하는 외교적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될 수 있는대로 빠른 시일내에 북한의 마음을 되돌려 대화를 모색하는것이 현명하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당근을 잘못 쓰면 일시 대화를 그르치게 될뿐이지만 채찍을 잘못 쓰면 파국을 불러온다』고 한 미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부소장 윌리엄 테일러씨의 말을 인용하며 북미회담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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