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주중대사 북핵관련 발언싸고 강한추측/“중,기존입장 전환” 언급후 취소 소동/주변정황 보아 「전진적 논의」가능성 김영삼대통령은 지난28일 중국의 강택민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양국정상회담 내용에 관해서는 회담이 끝난 이후 양국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한국측의 발표는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이, 중국측 발표는 주대변인의 발표에 앞서 심국방중국외교부 부대변인이 각각 맡아했다.
이 공식 발표에 기초하면 양국정상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한 핵문제에 관해 기존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중국측의 입장은 북한 핵문제는 제재의 방식이 아닌 대화로 해결해야 하며 그 대화의 방식도 남북한,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관계당사자 4자간의 3원회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것으로 요약된다. 한반도 비핵화, 또한 이 지역의 안정을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것도 여러 차례 반복됐던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발표이상의 속깊은 이야기가 나누어졌으며 더 나아가 중국이 지금까지의 자세와는 1백80도 방향 전환했다는 이야기가 29일 흘러나왔다. 이 이야기는 양국 정상간의 단독회담에 배석했던 황병태 주중대사의 입을 통해 전해진것이어서 일단 신빙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29일밤 수행기자단의 기자실에서 있은 황대사의 발언 요지는 다음 몇가지로 요약된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처음으로 북한핵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동안에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 한국과 미국이 먼저 협의하고 중국에 도움을 청하는 방식을 취해왔지만 앞으로는 한·미·중이 처음 단계부터 함께 논의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것이다』
황대사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큰 성과를 거둔것이며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하에 북한과 IAEA간에 회담이 곧 재개될것이라고 말했다. 황대사의 이러한 견해는 어디까지가 양국정상의 합의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견해인지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간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상의 깊숙한 논의가 있었겠다는 강한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이를 뒷받침하는것으로 몇가지 주변정황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북한 핵보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김대통령의 북경대 연설 원문이 실제 연설과정에서 부드럽게 바뀐것과 김대통령이 29일 하오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정상간에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었으나 대화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한것등이다. 김대통령은 30일 기자회견에서도 회담내용에 관해 공식 발표된 이상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황대사의 발언이 공식발표의 기조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기사처리여부에 고심한 청와대 수행기자들은 숙소로 되돌아간 황대사를 다시 불러 앞서 말한 내용을 확인했다. 황대사는 『공보수석도 있고 오프를 걸어야할것도 있었다』며 앞서 말한 내용을 기사화하지 말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앞서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같은 언급을 계기로 또 외신기자도 황대사 발언당시 참석했다는 상황 때문에 황대사의 앞서 발언내용은 고스란히 기사화됐다.
황대사는 다음날 새벽 1시50분 세번째로 정종욱외교안보수석과 함께 앞서 밝힌 내용은 전달상 잘못된 점이 있다며 모두 취소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황대사가 밝힌 내용은 공식적으로는 부인된 상태이나 김대통령이 이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다만 공식발표 이상의 전진적인 이야기가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이 과정에서 황대사와 주공보수석간의 불협화음은 심각했다. 공보수석과 대사간에 험한 말이 오고 간것은 물론 재떨이도 오고갔다는 후문이다. 29일 수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다변이었던 황대사는 30일 김대통령의 북경특파원단 간담회에서는 침묵을 지켰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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