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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자정선언/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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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자정선언/이영성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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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판의 돈은 보는 사람이 임자」「주머니 돈이 쌈짓돈」 정당판에 널리 통용되며, 특히 야당판에서는 덕목으로까지 여겨지는 정치자금의 속설이다. 민주당이 이 속설을 부인하고 새로운 가설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가설은 예산회계제도를 도입,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들어오는 돈을 미리 가늠해 나갈 돈을 정하고 그 내역을 공개하겠다』는 일종의 자정선언이다.

 민주당은 29일 금년도 2·4분기 당예산을 사실상 확정,첫걸음마를 시작했다. 김덕규사무총장은『예산회계제도는 정당사상 처음 시도되는 실험이다. 개혁정치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호언했다. 최고위원들도 이구동성으로「진짜 개혁, 실천의 정치」를 언급하며 만족스런 표정들이었다.

 예산안을 들춰 보면,「한 건 했다」는 식의 분위기가 이해된다.정책개발비에서부터 상하수도료까지 당의 살림살이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있어 음성적인 돈이 끼일 여백이 별로 없다.

 모양새 뿐만 아니라 내용은 더욱 그럴듯하다. 지난해 2·4분기에 비해 정책개발비는 9천9백만원에서 1억7천여만원으로 늘었고 정치활동비(행사비 출장비)는 3억9천5백만원에서 8천4백만원으로 줄었다.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보다 무려 43억원이 늘어나 1백10억원이 된 상황에서 정치활동비를 축소했다는 사실은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액면만으로 호평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측면도 있다. 그 이유는 공개되는 예산이 전부냐는 소박한 의문때문이다. 소위「탁자밑의 돈」「딴 주머니」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로 우리 정치판은 드러나지 않는 정치자금이 엄연히 존재했고 그 위력도 컸다.

 이같은 풍토가 시정되지 않는한 민주당의 예산은 액면일뿐이다.민주당의 예산제도가 자정정치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면을 없애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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