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이행약속” 원고 승소/대법 “법적 의무없다” 파기/계약서 문구사용 중요성 “환기” 「최대한 노력한다」는 약정서의 책임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중소기업규모의 방직공장을 경영하던 윤모씨(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87년 경영난으로 회사를 노모씨에게 넘기면서 『명예회장으로 추대, 6년간 사장수준으로 예우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노씨는 당초 이 조건을 받아 들이려 하지 않았으나 거래를 중재한 은행측이 나서 『서로 섭섭하지 않게 하는것이 좋지 않느냐』고 설득, 결국 이 조건을 수락했다. 다만 『6년동안 사장수준의 대우를 한다』고 못박은 약정서 원안을 『…예우를 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로 수정,서명했다.
노씨는 그후 3년간 약정서대로 윤씨에게 매달 2백만원의 「사장」월급과 운전사 딸린 그랜저승용차를 제공했다. 그러나 91년초 회사경영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윤씨에 대한 「사장예우」를 중단했다.
그러자 윤씨는 『약정서에 예우기간을 6년이라고 못박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남은 3년동안의 월급과 퇴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바로 약정서에 사족처럼 붙은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것이었다. 원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1부는 이를 「회사의 재정사정이 극도로 악화돼 전사장에 대한 예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지 않는 한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 『노씨는 윤씨에게 2억6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준서대법관)는 28일 이 문구해석이 잘못됐다며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전사장에 대한 예우의무를 법률적으로 부담하겠다는 의사였다면 약정서원안에 명기하면 되지 굳이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삽입할 필요가 없었을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문구는 「예우에 대한 의무를 사정이 허락하는 한 성의껏 이행하겠다」는 뜻일 뿐이어서 약정서를 이행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윤씨도 이 문구가 삽입된 약정서를 받았을 때 이미 노씨의 의사를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3년간 끌어온 이 송사의 결말은 결국 개인간 계약서의 사소한 듯한 문구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것인가를 재확인케 한 셈이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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