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통합 가속… 강요보다 협력을/환경·인구 가장큰문제… 해결 힘모아야 고르바초프 전소련대통령은 28일상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1세기와 세계평화」를 주제로 강연회를 갖고 『인류는 현재 변화의 물결속에 새로운 문명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환경 자원 인구 남북문제등 과거의 유산들이 새로운 문명형성에 저해요인이 되고있다』고 말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요지이다.
세계는 지금 군사대결이 사라지고 냉전이 종식됐다. 인류의 물적·인적자원을 소진시키던 군비경쟁과 핵으로부터의 위협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각 지역에서 민주화와 탈이데올로기화가 진행되고 각국간의 화해·협력관계가 형성되고있다. 전세계를 포괄하는 문화 과학 기술공동체의 형성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변화중의 하나는 과거 사회주의가 지배했던 소비예트블록의 변화다. 이 지역에서는 개혁세력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비민주체제가 붕괴되고 사회의 근본개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변화의 물결은 서방선진국에도 마찬가지로 불어 닥쳤다. 외견상 급격한 양상을 띠고있는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업과 경기침체등은 산업사회의 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기술 뿐 아니라 생활양식과 사회 경제 정치분야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통합의 과정을 밟고있다. 이같은 변화는 단순한 결론이나 낡은 대립구도의 이데올로기 고정관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것이다. 그러한 접근방식은 승리와 패배의 구도로 모든것을 귀착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의 변화는 서방의 승리와 소비예트블록이 패배한 결과가 아니다. 모든 국가 민족은 냉전중 패배자였으며 냉전이 종식된 이 순간 모두가 승자인것이다.
변화는 세계가 함께 협력하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전제이다. 우리는 현재 새로운 문명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회지만 우려 또한 만만치않다. 위협과 문제를 직시하고 끊임없는 해결노력을 기울이지않으면 안된다.
새 문명시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는 환경문제다. 환경문제는 지나친 산업화에서 야기돼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사회의 노력은 부족하고 효과도 없다.
다음으로는 자원의 유한성문제가 있다. 선진국에서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그밖의 나라에서는 자원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의 1인당소비량에 달한다면 지구상의 자원은 10년이 지나지 않아 바닥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천연자원의 절약과 소비의 합리화, 폐기물의 재활용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미국은 자국의 생활양식 소비패턴을 타국에 강요하거나 적용시키려해선 안된다. 미국이 세계에너지자원의 34%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좇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것이다.
또 세계는 인구과잉으로 인한 폭발가능성이 있다. 출산율 인구증가율에 대한 사회적 조정력은 매우 약하다. 이밖에 남북문제에서 비롯된 후진국의 불안과 갈등도 새 문명형성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이 국제사회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분야다.
새 문명은 과연 어떤 성격을 지니며 어떤 경로를 통해 성취될 수 있을것인가. 나는 새 문명과 역동적인 경제, 민주주의가 각 민족, 지역의 전통을 보존하는 바탕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냉전체제가 붕괴됐지만 새 국제관계의 구도는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다. 한 국가나 몇몇 강대국이 타국에 무엇을 강요하거나 시도하려는 경향은 국제발전에 저해되며 그 국가의 장기이익에도 상반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는 서구와 동구 아시아를 잇는 주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새로운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국제사회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결국 국제사회가 새 문명을 위한 패러다임을 추구하려면 편견 도그마에서 벗어나 인류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용감하고 신선한 사회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정리=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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