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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올려서라도 수돗물 개선해야/이건영국토개발연구원장(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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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올려서라도 수돗물 개선해야/이건영국토개발연구원장(월요논단)

입력
199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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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수가 시장에 나왔다. 물도 이제는 상품이다. 공짜가 아니다. 어쩌다 대다수 국민들이 수돗물을 불신하고,이제는 정부마저 생수를 마시라고 하게 됐는가.

 어린시절 멱을 감던 시골 개천의 물은 맑고 투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가지를 흐르는 강물은 물론 산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계곡물까지 오염이 됐다. 더이상 금수강산이 아니다. 공장폐수로 썩어가는 개천, 팔당호밑에 퇴적된 쓰레기들. 이제는 수돗물 마시기가 겁이 난다.

 얼마전 부산지방에서 먹물같은 수돗물이 나오고 서울에선 비린내가 나는 소동이 있었지만 정부의 맑은 물 대책은 겉돌고만 있다.

 지금 국민의 70%가 수돗물을 끓여먹고 있다. 생수를 구입해 마시는 사람은 2.3%에 지나지 않지만 계속 느는 추세다. 생수를 마실 처지가 못되면 인근 약수라도 떠다 마신다. 이제 계층에 따라 마시는 물의 종류마저 달라졌다.

 생수는 지하의 암반을 뚫고 퍼낸 광천수다. 맥주도 지하암반수로 만들었다는 것이 인기다. 이젠 외국의 생수업체들도 밀려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외국업체의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 지금은 20%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유럽사람들은 물에 석회석이 많아 생수를 사먹는다. 아무리 정수를 해도 음용으로는 한계가 있어 생수를 사먹거나 차라리 포도주를 애용한다.

 중국인들도 물에 석회성분이 많아 꼭 끓여서 차를 타 마시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예로부터 산좋고 물 좋은 나라였다. 계곡을 흐르는 물이 그대로 청량음료였다.

 동의보감에 보면 의사가 가려써야 하는 물의 가짓수는 서른세가지라고 한다. 첫째가는 물이 정화수,다음이 한천수, 국화수…. 물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좋은 물은 약수요 나쁜 물은 독이다.

 정부도 이제 안이하게 물장사할 때는 지났다. 페놀의 망령은 사라졌다고 해도 아직까지 냄새나고 대장균이 춤추는 물은 그대로 살아있다.왜 국민들이 수돗물값보다 2천배나 비싼 생수를 사 먹는가. 정부에서 내놓은 수돗물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돗물값은 너무 싸다. 생산원가의 36%밖에 안된다. 개략적으로 미국의 1/10, 일본의 1/5, 독일의 1/3정도다. 결국 적자는 세금으로 메워지고 값싼 비지떡이 되는 것이다. 값이 싼 만큼 물낭비도 크다.

 우선 물값을 올려야 한다. 그래서 물소비의 절약을 유도하고 재원을 듬뿍 확보해 하수처리장에, 정수처리시설에, 상수관 개선에 쏟아야한다. 투자를 해야한다. 물에 관한 한 예산타령은 변명이 되지않는다. 국민들은 질높은 서비스를 원한다. 이제 소득수준이 높아진만큼 맑은 물에 대한 지출의지도 높다.

 그리고 정부는 수질관리를 엄격히 해야한다. 현재 37개 항목에 불과한 검사를 선진국수준으로 올려야한다. 계속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미국 뉴욕은 7개 수질시험소에서 매년 40만회의 수질분석을 시행하고 일본 역시 전국 주요지점에 자동수질검사기를 설치해 수원지를 항상 감시한다.

 정부는 냉정하게 기업정신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미국의 몇개 주에서는 상수도공급을 아예 사기업체에 맡기고 있다.

 앞으로 생수의 소비량은 정부 신뢰도의 척도가 될 것이다. 물은 생명의 소리, 존재하는 소리, 영원히 생성하는 것의 소리라고 헤세는 읊었다. 그런 신성한 마음으로 물을 다루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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