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사고때마다 우리 수사당국의 대응에는 거의 일정한 패턴이있다. 여론의 흥분과 충격이 비등하자마자 그에 뒤질세라 신속하게 수사착수를 발표한다. 그 의지는 결연하기 그지없고 발표어투는 자못 추상같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국민의 법감정」이 우선 중요할뿐 법률적용따위의 자질구레한 문제는 미처 고려할 틈도 없다.
그러나 답답할만큼 오랜 수사끝에 나오는 결과란 것은 번번이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이다. 보잘것 없는 수사결과에 붙는 사족은 이번에는 법률적용의 어려움이다. 물론 사안이 미묘한 정치성을 띤것이라면 수사착수에 여러사안을 고려하는 단계를 거치기도하지만 대부분은 전개과정이 비슷하다.
지난10일 온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통신공동구화재사건도 결국 이같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꼴이 됐다.
경찰은 사건발생직후 채 성격이 규명되기전부터 『국가기간망에 엄청난 혼란을 끼친 사건인만큼 법적용에 구애되지 않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거듭 표명해왔다.
특정한 인적피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순과실에 의한 실화일 가능성이 높지만 통신공황이라고 할만한 엄청난 사건의 파장에 걸맞는 처리를 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발생 보름이나 지난뒤에야 슬그머니 내놓은 결과속에서 당시 수사당국의 추상같은 표정은 도저히 찾아보기 힘들다.
사고공동구의 관리책임으로 최소한 고위간부 한둘쯤의 구속은 불가피하다는 초기입장과는 달리 전기직3명과 과장등 4명을 불구속입건하는것으로 간단하게 마무리지어졌다. 빈약한 결론에 대한 변명도 역시 업무상중실화죄 적용의 어려움이었다. 늘 그래왔듯 앞으로 검찰의 보강수사에서 진전된 결과를 기대하기는 더욱 힘든 형편이다.
첨단사고수사에 있어서도 수사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구시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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