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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얼룩 이정치 본격 “물갈이”/27∼28일 상·하원총선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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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얼룩 이정치 본격 “물갈이”/27∼28일 상·하원총선 실시

입력
199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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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손」 운동돌풍에 보수정당 몰락/신생정당 봇물… 좌·우파연합 각축전 27, 28일 이틀간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은 전후 이 나라의 정치지도를 완전히 뒤바꿀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지난 2년간 이탈리아의 기존보수정당과 정치인들은 정경유착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며 이탈리아반도를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은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 선풍으로 철저히 몰락하고 퇴장했다.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에 대한 강한 욕구로 이어졌고 이에 부응하는 신생정당과 신진정치인들이 대거 등장, 부정부패로 만신창이가 된 이탈리아의 재건과 희망을 부르짖으며 선거에 뛰어들었다.

 하원의원 6백30명과 상원의원 3백15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지난해 개정된 새 선거법에 의해 치러진다.

 새 선거법은 「마니 폴리테」이후 정치제도 개혁의 여론에 의해 상·하원의 3분의 2를 처음으로 소선거구제(1인)방식으로 뽑고 나머지는 정당별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도록 했다.

 이번 선거에는 신생정당들이 이념과 노선에 따라 3개 연합을 구성해 참여했다. 자유동맹(우파연합)과 진보동맹(좌파연합), 중도연합이다.

 자유동맹은 언론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 당」을 주축으로 움베르토 보시의 「북부동맹」, 지안 프랑코피니의 「민족동맹」이 참여했다. 이중 「전진 이탈리아당」은 창당 3개월만에 30여%에 달하는 최고지지율을 기록하며 태풍의 핵으로 등장했다.

 「북부동맹」은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부유한 북부지방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방주의자들이고 「민족동맹」은 가난한 남부를 기반으로 한 네오파시스트정당으로 통한다.

 우파연합전선에 강력히 도전하는 좌파연합 진영은 베를루스코니의 최대 맞수인 아킬레 오케토가 이끄는 「좌익민주당」을 중심으로 8개 좌파가 연합해 있다. 「좌익민주당」은 서방최대의 공산당이었던 이탈리아 공산당의 후신.

 중도연합은 몰락한 이탈리아 정치의 대부격인 기민당의 후신인 「민중당」을 주축으로 새로운 단순다수대표제 선거법을 도입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마리오 세그니가 이끄는 「이탈리아를 위한 약속」이 가담했다.

 2주일전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보수우파의 자유연합이 약 45%, 좌파의 민주연합이 35%, 중도우파의 중도연합이 15%정도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유권자의 3분의 1이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선거의 향방을 점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전진 이탈리아당」을 창당한 정치초년생 베를루스코니가 최대정당의 지도자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여부이다.

 57세의 베를루스코니는 자수성가형의 입지전적 기업인. 그는 4개의 전국민영 TV중 3개 채널과 최대출판사, 광고회사,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며 최고명문축구팀인 「AC밀란」을 소유한 이탈리아 3대재벌의 총수이다.

 그의 갑작스런 인기는 그가 대다수의 기업인들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에 거의 유일하게 관련이 없는 깨끗한 기업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감세와 1백만명의 실업자구제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탈리아의 「로스 페로」로 비유되기도 하는 그는 자신의 미디어왕국을 활용하면서 클린턴 스타일의 선거운동을 통해 참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23일 마피아의 재정후원자라는 제보에 의해 선거본부가 수색당하고 동생과 측근, AC밀란축구팀이 수뢰혐의로 조사를 받는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우파연합인 자유동맹이 좌파를 제치고 정권을 장악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파가 집권하더라도 각각 10%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북부동맹과 민족동맹등 구성원 정당들이 이념과 지지기반이 달라 과연 고질적인 약체연립정부의 전통이 청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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