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라톤코스를 놓고 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김완기선수가 20일 경주에서 마라톤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하자 갖가지 억측이 일었다. 코스가 42.195㎞보다 짧다거나 출발선이 잘못돼 선수들이 트랙을 덜 뛰었다는등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온갖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사실확인을 위해 거리측정계가 달린 둘레1짜리 굴렁쇠를 이용, 23일 전장을 재실측했다. 육련 박정기회장은 『코스길이가 오히려 42.195㎞보다 12.5㎞가 길다』고 공식발표, 이상한 일의 제1막은 일단락 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이상한 일은 공식발표이후 발생했다. 굴렁쇠측정을 믿을 수 없다는 측과 전장이 맞는것을 확인했다는 측이 서둘러 제2막을 열었다. 경주코스를 측정했던 앤디 갤러웨이 국제마라톤연맹(AIMS)사무총장이 때마침 국내에 머무르고 있어 상반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외국인 방관자」갤러웨이에게서 모든 해답을 구하려 했다. 갤러웨이는 24일 처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마라톤코스 측정방법을 설명했고 지난해 7월 경주코스를 공인했다는 것만을 공식 확인해줬다. 갤러웨이가 「일구일언」을 한것은 분명한데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해석은 「제논에 물대기」식이었다. 한쪽은 굴렁쇠측정을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만 이해했고 다른 한편은 코스 「이상무」만 고집하고 있다. 애초 파문의 단초였던 첫 5랩타임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자 문제의 핵심을 회피한 채 갤러웨이를 앞세워 서로 「누워서 침뱉기」에 나선것이다.
피해자는 독자일 뿐이다. 도대체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코스에 의문을 계속 제기하는 측은 지금까지 경주는 물론 춘천을 비롯, 거의 모든 국내대회가 굴렁쇠에 의해 실측된 마라톤코스에서 치러졌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반대측은 굴렁쇠에 너무 연연해 할것이 아니라 자전거구경측정방식을 동원해서라도 가시지 않는 의문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당연히 있다.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다면 첨단시대에 걸맞게 아예 컴퓨터측정방법을 창안해서 검증함으로써 이번 논란을 스포츠과학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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