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환경단체들/「법률-과학-힘」 연계 자연의 훼손 막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환경단체들/「법률-과학-힘」 연계 자연의 훼손 막는다

입력
1994.03.25 00:00
0 0

◎전국자원보호회 (NRDC)/70년설립… 오염행위 법적대응 비중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민간단체의 하나로 꼽히는 「전국자원보호회의(NATURAL RESOURCES DEFENCE COUNCIL=약칭 NRDC)」는 「법률과 과학과 사람의 힘」을 한데 모은 환경보호단체다. 대부분의 환경단체가 데모를 하고 항의성명을 발표하는 식의 저돌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이 단체는 환경파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제시와 법률적인 대항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의 NRDC본부에서 만난 국제국장 제이컵 셰어씨(45·변호사)에 의하면 NRDC는 지난 70년에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젊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현재 회원은 17만명. 뉴욕등 4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주로 미국국내 환경문제에 치중하고 있지만 아시아등 해외환경단체들과도 연결을 가지면서 세계환경보호를 꾀하고 있다. 정식직원만 1백80명에 전담변호사가 40명이나 된다. 헌금과 회비로 충당한 지난해 예산은 1천8백만달러(1백44억여원)였다. 이 단체출신으로 정부고위직에 오른 사람도 많다.

 NRDC는 에너지 건강 토양 수질 핵무기 대기 국제등 6개 분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그 성과는 만만치 않다. 지난 86년에는 구소련의 핵무기 실험금지협정 승인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부시행정부 때는 미국무역대표부의 공식 환경담당고문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NAFTA부속협정에서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의 오염문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도록 하는 데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NRDC는 환경관련소송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소송은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째는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것. 셰어국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예를 들어 환경처나 에너지성등 연방정부가 4년 이내에 특정 환경보호관련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연방법원에 정부의 책임미이행에 대해 제소한다. 주정부가 환경오염행위에 대해 법률에 따른 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을 때도 소송을 제기해서 행정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국가기관이 이런 저런 이유로 나서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나서도록 압력을 넣는것이다

 또 한가지는 기업등 민간부문의 오염자에 대한 직접 제소다. 지난해에는 석유회사인 텍사코와 아르코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이들 회사의 수질오염을 중단시켰으며 그 동안의 오염행위에 대해 상당액의 벌금을 물게 했다. 지금까지 이 단체가 수행한 소송은 모두 2천여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리우, 그 1년후」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2백 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자는 리우회담 이후 각국이 실질적으로 어떤 환경개선노력을 했는지 조사한 보고서다. 한국부분은 『한국이 약속을 실천하려는 정치·경제적 의지가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워싱턴=고태성기자】

◎세계동물보호기금 (WWF)/야생 동식물 교역등 감시역할 33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WORLD WILDLIFE FUND)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보호단체다. 호주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등 26개국에 지부를 두고 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WWF는 동물보호에 소홀한 나라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주기도 하고 무역제재까지 받게할 만큼 막강하다. 

 WWF사무국장 지넷 헴리씨(여·35)는 이 단체의 주된 활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존,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각국의 국립공원보호, 환경보호교육, 야생동식물과 환경파괴에 대한 과학적 연구조사등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WWF의 동물보호주장은 한가한 요구로 들리기도 한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도 많은데 무슨 동물보호냐」고 항변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논점은 보다 좋은 자연환경이 보다 좋은 생활조건을 보장한다는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개발과 환경보호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는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다. 그 나라 스스로 환경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자는것이다. 그래서 현지 환경보호단체와 협력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이 단체는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무시하고 서구적 기준을 강요한다는 소리도 듣는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문화적 전통의 차이를 이해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문화적 관습을 무시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려는것이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 중국 대만의 경우 전통의학에서 사용하는 웅담같은것은 대용품을 개발하도록 촉구한다』는 답변이었다.

 지난 61년에 결성된 이 단체는 현재 회원이 미국에만 1백20만명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8만명에서 지금 규모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이 단체에서 쓴 돈은 5천9백만달러(4백72억원). 전체의 60%가 연회비 15달러인 일반회원에게서 나온다. 이들은 대개 적으면 15달러, 많으면 1천달러까지 헌금한다. 10∼15%는 다른 기금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거액헌금자로 대개는 대기업들이다. 지난해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코닥」등이 25만달러 이상을 냈고 「도쿄은행」등이 10만달러 이상을, 「휴렛 패커드」 「필립 모리스」등이 5만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WWF는 「동식물 교역에 관한 기록분석(TRAFFIC:TRADE RECORDS ANALYSIS OF FLORA AND FAUNA IN COMMERCE)」이라는 기구를 별도로 두고 야생동식물 및 이를 이용한 각종 제품의 교역실태를 정밀 추적한다. 조사결과는 정부나 국제기구, 각 환경단체등에 전달돼 압력수단으로 활용된다. 문제가 된 나라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워싱턴=이광일기자】

◎환경보호 조직 「지구의 전사들」/데이빗 골드버그씨/“개인의식 개혁만이 「우리의 땅」 깨끗하게”

 뉴욕에서 가방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데이빗 골드버그씨(56)는 특이한 환경운동가다. 지난 89년에 「지구의 전사들」이라는 환경보호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운동방식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그린피스같은 거대한 환경단체에 비판적이다. 조직이 거대해지다 보면 정치가 끼여들면서 진정한 변혁을 이룩하는 힘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 싸운다.

 그는 「지구의 전사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환경보호운동은 그야말로 풀뿌리 운동이다. 모든 문제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한테 달려 있다. 하나 뿐인 이 지구를 파괴하고 살해하는것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다. 우리 자신의 관념과 의식을 먼저 변화시켜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지구를 위한 싸움은 결국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단체의 운동방식은 개인과 개인을 엮어나가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 한명이 두명으로 두명이 다시 열명으로, 진정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수를 늘려간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노래로 만들어 테이프에 담아 판매하기도 하며 환경보호 구호가 인쇄된 셔츠나 책을 팔아 운동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편지로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우기도 한다. 편지는 또다시 편지로 이어진다. 그래서 외국에도 친구들이 많다.

 그가 기자에게 들려준 노래테이프는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사람들은 미쳤다/ 그들은 모른다/ 스스로 이 경이로운 대지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하늘은 구멍투성이/ 천사들의 비명이 들린다/ 누군가 우리들의 아름다운 하늘을 거덜냈다고 외치는…」

 그에게 외로운 싸움을 언제까지 계속할것이냐고 묻자 이렇게 반문한다. 『차를 타고 가다가 사람들에게 우리의 생각을 설명하면 「좋은 얘기야. 그러나 이보게 친구, 자네는 너무 비관적이야. 이 아름다운 세상을 좀 즐기게나」라고 답하곤 한다. 그럴 땐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뉴욕=장래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