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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사부재리」 논쟁/전원합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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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사부재리」 논쟁/전원합의체

입력
199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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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취득죄 복역후 강도 판명… 또 처벌해야하나/“범행양태 현저하게 달라 동일사건 안돼”/7명 다수의견/“피해법익 다를지라도 재처벌할수 없어”/6명 소수의견 92년 9월 23일 새벽2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 노상에서 술에 취한 채모씨가 청년 5명에게 폭행당하고 신용카드와 현금 6만원이 든 지갑을 빼앗긴 사건이 발생했다. 며칠후 채군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려던 김모군(당시 19세)이 경찰에 붙잡혔다.경찰과 검찰은 김군의 강도범행 가담여부를 추궁했으나 「구경만 하다가 카드를 얻었다」고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결국 장물취득죄로 기소했다. 김군은 징역 1년이 확정돼 복역했다. 그런데 이「친구」들이 뒤늦게 경찰에 붙잡혀 김군도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자백했고 검찰은 김군을 다시 강도상해혐의로 기소했다.

 이런 경우 김군을 다시 처벌하는것은 「동일한 사건으로 두번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일사불재리원칙에 어긋나는 것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주한대법관)는 이 사건을 9개월간이나 심리한 끝에 23일 대법관 13명중 7명의 다수의견에 따라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는 수단이나 범행의 양태,피해법익이 현저히 달라 동일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죄질이나 피해법익등 규범적 요소와 국가의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피고인을 다시 강도상해죄로 처벌하는것이 피고인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한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주심 김주한대법관과 윤??대법원장등 6명의 대법관은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동일한가를 판단하는데는 일체의 규범적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저지른 강도상해와 장물취득행위는 일련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피해법익이 일부 다르다는 이유로 다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또 『다수의견을 따른 판례가 생길 경우 방대한 조직과 법률지식을 가진 국가기관이 형사소추를 거듭, 국민에게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주게 되고 수사기관이 사건을 1회에 해결하려 하지 않고 악용할 소지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7대6」으로 갈린 근래 보기 드문 이 법률논쟁은 유사한 사건이 다시 등장할 경우 재현될 공산이 큰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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