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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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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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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동숭동―이화동, 제기동―안암동, 신촌일대는 70년대초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의 하숙촌으로 유명했다. 낡은 기와집 아니면 초가 그대로였던 그때, 두사람이 동숙하는 방 하나의 크기는 3평남짓. 조그만 책상 2개가 놓이고 나면 두사람이 드러눕는것으로 그쳤다. 이불과 가방들은 아예 벽에 걸린 선반에 올려 놓아야 했다. ◆한집에 적은곳은 방이 서너개, 많은 곳은 15∼16개까지도 있어 시골의 큰 여인숙을 방불케 했다. 그렇지만 하숙집들은 언제나 조용했다. 학생들이 밥먹고 잠자는 일 외엔 강의실과 도서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옆 하숙집들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도서관 이용이 큰 몫이었으니까. 밤12시∼새벽4시까지의 통금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학교도서관이 북적거린것도 그때문이다. ◆같은방 동료는 말할것도 없고 옆방 학우나 집주인 식구 모두가 다정한 부모, 형제 같았다. 동숙인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며 슬픈일이 있을땐 같이 걱정했다. 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하숙생들 손엔 시골부모가 보낸 선물꾸러미가 함께 들려 있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지난주 서울대주변과 신촌에 세워진 20여동의 조그만 건물들엔 학생들의 집단견학으로 한때 진풍경이 일어났다. 18평크기로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전문자취방이란게 선을 보이고 있었던것이다. 침실·화장실·부엌에 에어컨·냉장고까지 딸려 있다. 값은 전세가 2천5백만원, 월세로는 보증금 1천5백만원에 월25만원.◆방들은 순식간에 모두 팔려(임대) 나갔다. 학생들은 「혼자있는 하숙집은 비싸고, 자취하기에도 불편하다」면서도 「쾌적한 공간에서 혼자 있고 싶어서」라고 강조한다. 80년대 이후 대학 하숙촌이란게 없어지다시피 했다. 있어도 예전처럼 동료나 주인과의 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학 하숙촌도 모습이 또 바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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