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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기류속 “그래도 외교해결”/미,북한핵 신중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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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기류속 “그래도 외교해결”/미,북한핵 신중한 대응

입력
199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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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미사일 배치도 「경고·시위용」/“단호 조치” 여론 신경… 자극 삼가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한국배치결정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군사적 의미보다는 외교적 의미가 더 강하게 함축돼있다. 즉, 전장의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효용성을 끈질기게 의심받아 온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 이동은 북한의 선제공격에 의한 대응조치라는 목적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핵사찰을 강제하기위한 심리적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한층 유력하다.

 미국방부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한국으로 공수하는 대신 선편으로 운반하겠다고 밝힌데서도 이번 조치가 군사적 조치라기 보다는 북한당국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시위용임을 엿볼 수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들에 의하면 한국으로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해상운송에는 보통 30∼45일이 소요된다. 빌 클린턴 미행정부는 이 기간을 이용해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시간적 여유를 벌어볼 속셈이라는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클린턴행정부가 최근들어 북한핵문제를 「단호하면서도 신중하게」처리하겠다고 되풀이 강조해 온 점에 비추어볼 때 수긍이 간다.

 미국정부는 21일 유엔에서 열린 비공식 안보리회의에 제출한 대북한 결의안 초안에서도 제재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완전한 핵사찰을 촉구하는 선에서 머물렀다. 마이클 매커리 국무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북핵문제를 매우 긴급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경거망동하거나 서둘러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도 미국이 아직도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빌 클린턴미대통령 또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배치결정이 「순수한 방어용 목적」에서 나온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이처럼 아직도 대화에 의한 북핵문제 해결에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도 한국에 대한 확고한 안보공약 이행을 재다짐하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카드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 배치결정을 예상보다 신속하게 내린것으로 보인다. 미국무부는 21일 정오브리핑을 통해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대사와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이 22일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될것이라고 밝혔으나 그같은 발표가 나온지 3시간이 채 안돼 플로리다주를 방문중인 클린턴대통령이 이를 전격 발표한것이다.

 미국정부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발표를 앞당긴것은 대외적으로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북핵토의에 때맞춰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극대화하기 위한것이다. 대내적으로는 화이트워터 사건에다가 중국에 대한 인권외교의 난조등으로 딜레마에 빠져있는 클린턴행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대해 모호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1년여동안을 허송세월했다는 비판적인 여론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한 조치이다.

 보브 돌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20일 『클린턴대통령이 30일전에 (북핵문제에) 돌파구를 열었다고 큰소리를 쳤을때 나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었다』면서『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와 미군증파등의 단호한 조치로 미국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적인 움직임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국배치와 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결정으로 북한의 핵사찰거부에 일단 대응하고 나섰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외교에 의한 해결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동시에 축적해 가고 있는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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