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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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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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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해석은 단어의 사용 하나로 크게 다를수도 있다. 쿠데타와 혁명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전쟁은 동란으로 표현 못하고, 동란을 일률적으로 전쟁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딱 부러지게 정의를 내릴만한 사건이 아니면 사실의 정리가 당연히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설이 확립되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폭동과 항쟁은 비슷한것 같기도 하다. 근사하다는게 함정일수가 있다. 사전에서 비교하면 이 두가지 개념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폭동은 도당을 짜서 불온한 행동을 하는것이다. 반면에 항쟁은 항전과 같은 뜻으로, 적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따라서 폭동을 항쟁으로 바꾸는것은 역사의 반전이나 마찬가지다. ◆8·15해방에서 건국 전후까지, 우리 현대사엔 비극적인 상처가 많았다. 좌우익 대립으로 시작된 정치와 이념투쟁은 지도자들의 암살에 이어 폭동과 반란에 이르기까지 피로 얼룩졌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10월폭동, 제주4·3사건, 여순반란등이다. 세월의 흐름과 시대 상황의 변화로 이런 사건들이 역사의 심판대에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경계할바는 섣부른 사관을 배경으로 삼는 단정이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역사해석은 오류와 자기모순에 빠질 위험이 농후하다. 분단을 강조하면서 한쪽만을 보는 경향도 정당성이 없다. 남쪽의 사건을 북쪽을 빼고 보면 외눈이 된다. 당시의 북한통치세력이 어떠했나를 외면하면 역사평가의 객관성이 흐려진다. 함흥학생사건이나 신의주학생사건의 성격 규명이 함께 다뤄져야 사실에 접근하게 된다. ◆역사란 결코 일목요연한게 아니다. 더군다나 당시의 생존자들이 있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사고는 삼가야 옳을 것이다. 자기를 부정하면 역사의 설 자리가 흔들릴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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