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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아침을 결정하는 조간 1면/장익진(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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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아침을 결정하는 조간 1면/장익진(나의 지면평)

입력
1994.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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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사진·도표사용 등 좀더 과감한 편집을/기획기사도 남다른 주제발굴 신선감 줘야 나는 조간신문을 네가지나 보고 있다. 일어나자 마자 네가지 조간의 1면을 훑어보면서 가장 먼저 읽을 신문을 선택하는데 우선은 상쾌한 아침분위기에 걸맞게 1면이 시원하게 편집돼 시각적으로 편안한 신문을 고르게 된다.

 독자들의 이런 심리를 감안했는지 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신문에도 「시각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읽는 신문에서 그야말로 보는 신문으로 바뀐 것이다. 요즘엔 어느 신문이고 1면에 컬러사진 도표들이 거의 매일 등장한다.

 시각적인 편집외에 지면의 내용면에서 주목할 변화로는 장문의 기획기사들이 부쩍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여론형성을 주도하기 위한 해설조의 기획기사들이 1면을 장식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이런 현상은 신문이 읽고 사고하는 인쇄매체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보고 듣는 전파매체와 차별화를 이루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한국일보는 이같은 변화의 조류를 잘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가지 지적한다면 1면 편집이 무게를 유지하려는듯 장중하게 정형화돼 있고 컬러사용이 다소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취향이 변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기존의 편집관행을 탈피하여 보다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한 편집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선 「사진을 꼭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실어야 하는가」 「1면에 사진을 여러장 게재하면 안되는가」 「검은색 바탕을 써야만 제목이 힘있게 보이는가」등의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과감한 실험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면의 내용과 관련해 한국일보는 최근 우리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의 처방을 제시하는 「고비용」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등 일련의 특별기획시리즈를 1면에 싣고 있다. 이 시리즈는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의미있는 기획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이미 제기된 여러 문제점들을 종합해 1면에 다루었다. 앞으로 1면에 실리는 기획기사가 독자들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려면 지금까지 누구도 짚어주지 못했던 문제점을 예리하게 간파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어야 한다. 독자들의 입에서 저절로 「아하」라는 탄성을 자아내는 참신한 시각과 관점,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기획기사라야 점점 까다로워지는 독자의 구미에 맞출 수 있을것이다.

 이런 점에서 3월16일자 9면에 실린 「GR태풍 상륙 본격화」기사는 1면에 실려도 충분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냉전의 소멸이후 환경문제는 「제3의 이데올로기」라고 불릴만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기사는 환경보호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을 충실하게 분석하고 있다. 내용의 충실도에서 다른 신문 1면에 실린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압도했다. 특히 이 기사는 우리에게 생소한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는데 독자들은 바로 이런 새로운 정보를 원하고 있다.<부산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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