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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여론조사 공표금지」 문제 많다/오택섭(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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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여론조사 공표금지」 문제 많다/오택섭(월요논단)

입력
1994.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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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지기반이 강한 곳과 약한 곳을 분별해 기존의 선거구역을 자의적으로 바꾸는 행위를 「게리맨더링」 이라고 부른다. 의회민주주의를 꽃피운 서구사회에서는 더러운 정치의 대명사로 치부되는 낱말이기도 하다. 여야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통합선거법에서 선거기간중 어떠한 여론조사도 공표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유권자의 정보영역을 당리당략적으로 조정하려는 한국형 「정보의 게리맨더링」이라 불러 마땅하다.

 협상에 임했던 여야 6인 대표는 『누가 몇% 이긴다는등 여론조사결과를 마구 발표할 경우 투표에 혼란만 초래할 것이며 부동표가 많은 우리나라는 (앞서가는 사람에게 투표하려는)부화뇌동의 위험성이 아주 크기 때문』이라고 공표금지 이유를 밝혔다. 이는 가부장적 차원을 넘어 국민우매론에 입각한 궤변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익으로 포장된 이러한 금지논리 속에는 기득권보호라는 이기적인 계산이 잠복해 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만일 여론조사결과가 현직 의원에게 불리하게 나타날 경우 체면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유리하게 나타나면 경쟁자의 분발심을 촉발시켜 추격의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타산이 담긴 것이다.

 유권자의 60%나 되는 부동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발표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더욱 가당찮다. 이들의 논리는 대세에 편승해 앞서가는 후보에게 투표하려는 유권자의 속성을 지칭하는 용어인 이른바 「밴드왜건(BANDWAGON)효과」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유권자의 또다른 속성으로 불리한 후보에게 동정표를 던지는 「언더독(UNDERDOG)효과」는 무시하고 있다. 이들 두 상반된 효과는 상쇄작용을 함으로써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게 지금까지의 지배적인 연구결과이다.

 여론조사를 공표하지 않아도 어차피 언론은 육감적이고 인상적인 수준에서 「당선 확실」이나 「백중세」,「당선가능성 희박」등의 수사를 사용해 판세를 보도하고 정치권은 교묘한 누설로 이같은 언론보도를 부추기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위해서라도 보다 객관화된 여론조사와 공표가 필요하다.

 물론 누가 얼마를 앞섰고 누가 얼마를 뒤졌다는 경마식 여론조사보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후보자·정당·정견 및 정강정책에 대한 지지도등 3요소를 고루 갖춘 입체적이고 분석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여론조사보도는 합리적인 투표행위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여론조사의 공신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미국의 경우 공정성과 공신력, 정확성등을 보장하기 위해 대중매체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때 반드시 미국여론조사협의회(APPOR)의 지침을 따르도록하고 있다. 우리도 신뢰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협회, 즉 학계나 언론인 정치인 일반인을 망라하는 기구를 만들어 여론조사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려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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