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강관 등 4개사 부도·법정관리/“한계기업 조정기”… 은행도 등돌려 중견 상장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경기회복의 청신호를 알리는 각종 경제지표들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제조업체들의 부도와 법정관리신청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호황속의 도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것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부도처리됐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장기업은 지난 1월의 한국강관을 비롯, 동창제지·동방개발·남한제지등 4개에 달한다.
오랜 불황에다 실명제이후 사채시장경색으로 최악의 기업환경이 조성됐던 지난해에도 부도·법정관리신청 상장업체수는 연간 고작 7개에 불과했다. 더욱이 올해에는 남한제지의 모기업인 계성제지와 털보네식품·한국연도산업등 내로라하는 비상장기업들도 잇따라 쓰러졌다.
이들 상장사들은 해당업계내에선 모두 단단한것으로 알려졌던 중견 업체들이다. 한국강관은 연매출액이 1천7백억원대에 달하는 업계 3위의 강관제조업체였고 동방개발은 대전지역 최대규모의 섬유업체다. 동창제지는 봉명그룹계열로 백판지생산부문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었고 남한제지는 한솔제지와 함께 국내제지업계의 양대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계성제지그룹의 계열사다.
이들의 부도·법정관리신청은 물론 직접적인 이유가 있다. 업계내 과당경쟁에 따른 과잉투자로 자금난에 시달려왔거나(한국강관 남한제지) 빚보증을 섰던 계열사들의 부도로 돈줄이 막힌 탓도 있다(동창제지).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한계기업」이 도태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오랜 침체후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경쟁력과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업체들이 자본·기술 중심의 새로운 산업구조재편과정을 통해 하나 둘씩 정리되고 있다는것이다. 지난해이후 부도가 난 한양 봉명 경동산업 한국강관 동방개발등은 한때 국내외 경기호조로 엄청난 매출신장을 기록했었지만 과잉투자와 기술개발미흡, 방만한 경영등으로 호황의 결실을 축적하지 못한채 급작스레 다가온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실패한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굴지의 남한·계성제지 역시 92년이후 자본과 기술,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한솔제지의 등장등 경쟁을 견디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신청까지 하게 됐던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공업 경공업간의 「경기양극화」현상은 자본·기술력 보다 노동력의존도가 높은 경공업체들의 연쇄도산을 부채질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한계기업」들의 도태속에 기업의 돈줄인 은행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아무리 상장기업이고 매출액이 많다 해도 업종별 장래성, 국내외 수요, 재무구조 건전성등이 보장되지 않는한 은행들은 가급적 신규여신을 기피하고 있으며 회생기미가 없는한 구제성 금융지원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부도가 바람직한것은 아니지만 경쟁력 위주로 산업구조가 조정되려면 한계기업들의 도태는 불가피하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기업의 생산 투자 경영방식도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도록 전환해야 한다는것이 바로 구조조정의 교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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