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체제가 와해됐음에도 한반도는 북한의 핵관계약속 불이행으로 또다시 긴장이 고조될 기미여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이 약속을 어겨 남북특사교환을 기피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중요한 핵시설 사찰을 거부한데 대해 한미양국이 강경한 대응자세로 맞서기로 한것은 당연한 조치이겠지만 한편으로 국민들로서는 불안감과 함께 착잡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이른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위약때문이라 하더라도 정부도 마땅히 책임을 통감해야하며 대북정책과 전략및 자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것이다. 우리는 먼저 그동안 미국만을 바라보며 북한이 모든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안이하게 여겼던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사실 지난1년간 국민에게 보여준 일련의 정부의 대북정책은 혼선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작년후반부터 강경제재를 피하고 핵문제를 외교적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가닥을 잡기는 했으나 효과적인 대응과 입장천명등에는 실기만 되풀이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특사교환만해도 북한이 대미고위회담―관계정상화를 위해 마지 못해 동의한것은 뻔한 사실인 만큼 앞에서는 접촉에 응하고 뒤로는 특사교환이 합의사항이 아니라고 잡아뗐던 실무접촉초기에 정부는 북한에 특사교환실현의 진의여부부터 따졌어야 했다.
사실 북핵해결에 있어 미국과 IAEA등 국제사회의 최대의 관심은 성실한 사찰의 수용여부였다. 또 성실한 사찰은 곧 특사교환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인만큼 우리측도 매우 신중한 자세로 이를 지켜봤어야 했음에도 엉뚱한 혼선을 야기시켰다. 즉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등에 대한 사찰을 거부한 소식이 전해져 각국이 우려하는 속에 외무부차관은 「일부제약」을 시인하고 다른 간부는 「문제없이 진행중」이라고 한것이다. 또 IAEA사찰팀이 끝내 핵심시설을 검사하지 못한채 급거 돌아오고 모든 나라가 과연 어느 정도 방해를 받았는가에 신경을 쓰고 있는 때에 역시 외무부측은 『일부 제약은 있었으나 지속적인 핵안전성확보에는 문제가 없는것으로 안다』는식의 코멘트를 한것은 한심한 태도가 아닐수 없다 하겠다.
이제 북한의 위약 지연 기피등 비상식적인 태도를 묵인하는것도 한계에 온만큼 우리로서는 분명한 원칙을 재확인, 재정비해야한다. 북한이 끝내 완전핵사찰과 특사교환을 거부할때 팀스피리트훈련재개와 패트리어트미사일배치의 검토, 그리고 제재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또 남북경협은 물론 현재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남북교역의 중단도 검토해야 할것이다.
북한의 태도는 대체로 짐작이 가능하다. 국제여론의 화살을 피하려 실현은 뒤로 미룬채 적당한 선에서 특사교환에 응하거나 시간을 벌기 위해 계속 미합의로 버틸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주초 열리는 IAEA 특별이사회에서 내릴 북핵사찰평가와 함께 뒤이어 북한의 재사찰수용여부에 달려있는만큼 정부는 확고한 원칙과 자세를 정립하고 쓸데없는 발언으로 인한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할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