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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의 「앙팡 테리블」/박정수(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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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의 「앙팡 테리블」/박정수(메아리)

입력
199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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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젊은이들은 이해타산적이고 영악하며 참을성이 적다고 나무라는 사람이 많다. 야망도 낭만도 없다고 탓하기도 한다.   연전 삼국지르포를 하며 젊은이들에게 적벽대전의 옛 싸움터를 한번쯤 보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적이 있다. 삼국지는 누구나 몇날씩 밤새워 통독한 경험이 있는 최고의 역사소설이다. 적벽대전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급U턴 시켜 삼국정립을 여명케 한 삼국지 전반부의 클라이맥스다. 더욱이 개선의 나팔을 분 쪽은 젖비린내 난다해도 좋을 「무서운 아이」들이어서 그 곳에 서면 절로 가눌길 없는 감동에 젖어들게 된다. 적벽고전장은 오늘날 호북성 포기시 적벽진. 장장 5천1백여를 흐르는 만리거천 장강 중류께 자리한 인구 약1만5천의 면화 집산지다. 녹수청산이야 변함없어 높이 약80의 적벽산은 깎아지른듯한 절벽 적벽을 호호탕탕한 강심에 담근채 예처럼 우뚝 서있다. 

 운명의 날 서기 208년 11월21일(음력). 위의 조조(155∼220)는 호왈 백만대군으로 단숨에 오의 손권(182∼252)·척의 유비(161∼223)연합군을 부수고 천하를 삼키겠다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연합군총사령관인 오대도독 주유(175∼210)의 기책 화공이 척군사 제갈공명(181∼234)이 부른 때아닌 동남풍에 실려 맹위를 떨치며 1천리에 뻗친 「조적」의 대선단은 순식간에 한낱 잿더미로 변했다. 적벽대전은 「적음이 많음을 이긴」명승부로 청사에 기록돼 있다. 조조의 군대는 백만이라 허풍 떨었지만 실제로 24∼25만 수준.연합군의 병력은 5만에 불과 했다. 강건너 오림에 둔 조조의 대본영이 불의 바다 불의 하늘을 이루는 순간 강물은 열염으로 구리물처럼 들끓었고 적벽산 절벽마저 검붉게 활활 불타오르듯 했다던가.

 주유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축배를 들다말고 큰 붓을 들어 「적벽」 두 글자를 써 절벽에 새기게 하니 1천8백년 가까이 모진 비바람 사나운 물결을 견뎌내고 여태 웅건한 필세를 자랑하고 있다. 이 때 주유의 나이는 조조보다 스무살이 적어 33세,제갈공명은 27세였다. 

 다시 우리의 젊은이 문제로 눈 돌려 보자. 상문고내신조작비리의 불똥이 정계로, 다른 고교로 튀며 온나라가 연일 시끌시끌 하다. 따지고보면 어떤면에서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모든 젊은이 자신들이다. 앞으로 세계를 향해 뛰며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야 하고, 분단된 조국의 남북을 통일시켜야 하는 민족사적 과제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바로 그 주인공들인 것이다. 사회가 젊은 그들의 꿈많은 가슴을 이처럼 멍들게 하고 생채기를 내도 과연 되는 것일까. 젊은이의 심상은 사회의 거울이다.<통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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