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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 대접(장명수 칼럼: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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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 대접(장명수 칼럼:1655)

입력
199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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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모임에서 한 어머니가 딸자랑을 하면서 중매를 부탁했다. 다른 어머니가 『교육자 집안의 아들로 좋은 신랑감이 있는데 소개할까요?』라고 말하자 그는 즉각 『교육자 집안은 싫어요』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모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미안합니다. 직업에 대해서 무슨 편견이 있는것은 아닌데, 서울 강남지역에서 세 아이들의 학부모 노릇을 힘겹게 하고나니 교육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흔들렸다고 할까요. 특히 서울의 유명한 중고교 교장선생님 댁이라면 더 겁이 납니다. 시골학교 교장선생님 댁이라면 괜찮겠어요』

 그는 더이상 설명하지 않았고, 더이상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면서 그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가닥 비애를 느꼈다. 『서울의 유명한 중고교 교장선생님댁은 싫다』고 그 어머니가 분명히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어쩌다 교육자에대한 인식이 이렇게 변했단 말인가.

 상문고등학교 비리를 신문에서 읽으면서 나는 그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의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가 상문고와 비슷한 학교였다면, 그가 교육자들에 대해서 『사돈도 맺기 싫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된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교사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이번에 선생님들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유감스러웠던 일은 「양심선언」을 하는 선생님들을 과다하게 노출시킨 언론의 태도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이 어떻게 비리에 협조했고, 학교측으로부터 얼마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왔는가를 고백하는 교사들의 얼굴을 TV에서 바라보는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우리가 그 교사들의 얼굴을 바로보기 힘들었다면, 그들에게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어땠을까. 또 다른 교사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버스 운전을 하는 어려운 학부모에게까지도 학교측의 강요에 못이겨 1백만원의 찬조금을 거두지 않을수 없었다』 『교장의 압력으로 내신등급을 조작했다』 『말을 안듣는 교사들은 학교측으로부터 입에 담기도 어려운 모욕적인 대접을 받았다』고 흐느끼는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학생들이 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을까를 생각하면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땅에 떨어진 선생님의 위상을 바로세우지 않고는 교육이 살아나지 못할것이다. 교육개혁을 일선에서 완수하는것은 교사다. 교사의 얼굴에 너무 심하게 먹칠을 해서는 안된다. 선생님들에게 너무 거칠게 돌을 던지면 학생들이 다치고, 교실까지 무너지게 된다.

 교육비리를 탓하면서도 우리가 조심해야 할것은 교육자체에 대한 외경심을 잃지 않는것이다. 교육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 존재인지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자 집안과 혼사를 맺었어요』라고 누구나 기뻐하던 그날로 빨리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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