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해결」 아닌 「사건처리식」 대처/「내신」변별력에만 치중 부조리 불러 상문고사건은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 암묵적으로 저질러져온 교육비리의 구우일모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대입부정사건때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감사를 벼르고 있지만 고질적인 비리를 어느 정도 파헤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교육계일각에서는 사상초유의 특별감사도 병든 교육현실을 바로잡는 처방전이 될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내신제도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있다.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관리들은 곧잘 이런 불평을 털어놓는다. 『교육을 보는 사회의 시각이 너무 사건적이다. 연례행사처럼 터져나오는 입시부정등 비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회의 시선이 우리 교육의 백년대계화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드러난 교육비리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이천수교육부차관은 17일 열린 전국15개 시·도 감사담당관회의에서 『우리 교육계는 잘 감춰야 일을 잘 처리하는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팽배해있다』며 교육관계자들의 「쉬쉬하며 덮는 경향」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교육부가 상문고사건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갈래다. 학교단위의 내신성적관리부실과 해묵은 사학비리때문이라는 것이다.
내신성적관리는 교육부의 「고등학교 학업성적 관리지침」에 따라 이루어진다. 시험의 채점과 검산, 성적을 생활기록부에 옮겨적는 과정에도 교사들은 물론 학생도 참여시켜 교대로 체크한다.
학교마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성적표 정정시에는 이 위원회의 직인을 반드시 받게 하고 있다. 그 자체가 비교육적이지만 「공정한 성적관리」를 위해 기술상 시행되는 복잡한 방법이다.하지만 그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김숙희교육부장관도 16일 『내신성적의 신뢰도에 의문이 간다』며 0·1점 차이로 「수」 「우」의 등급이 갈리는 불합리성등을 보완할 수 있는 개선안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김장관은 특히 『이번 감사에서 비리의 심증이 가는 학교부터 먼저 색출, 조사하겠다』고 말해 내신조작행태가 고교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94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성적의 반영비율을 40%이상으로 확대한것은 일회성의 시험보다 고교3년동안의 학업성적은 물론 행동발달상황등을 포괄적으로 알아볼수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가 과열되면서 내신제도가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한다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학생들의 우열을 가르는 변별력에만 치중하다보니 부조리와 비리에 오염돼 오늘에 이른것이다. 특히 예·체능과목과 교련등 교사의 주관이 절대적인 과목은 내신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않고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내신의 불합리성과 불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고등학교교과목에 대해 평가의 영역별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국가수준의 평가기준」도입을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학업성취도평가가 지역과 학교별로 차이가 심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판단, 전국통일의 구체적 기준을 만들겠다는것이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중인 공통수학과 과학과목의 평가기준이 나오는대로 공청회등을 거쳐 기준안을 만들 방침이다.
교육비리는 내신에만 국한되지않는다.교육부의 이번 감사대상에도 올랐듯이 현재 중등교육계에는 학부모에 대한 불법찬조금 모금, 교사채용시 기부금 요구, 학교기본재산 및 수익용재산의 임의운용 및 착복, 부교재를 둘러싼 부조리, 재단 친인척비리등이 폭넓게 잠복하고있는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국민들은 개혁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등교육비리가 상문고사건을 계기로 바르게 파헤쳐지기를 바라고있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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