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도 박탈 옛 KGB영화 “미련”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러시아 대외정보국과 연방방첩국이 최근 인원 및 조직의 감축과 재정부족등으로 정보수집활동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KGB는 91년 구소련보수파의 쿠데타기도사건이후 해체돼 해외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대외정보국과 외국스파이의 첩보활동방지와 국내정보수집을 하는 보안부로 개편된 바 있다.
이후 보안부는 지난해 12월 다시 연방방첩국으로 바뀌어 대통령직속기구가 됐다. 지난달 미중앙정보국(CIA)스파이사건은 이들 두 기관중 대외정보국과 관계된 것이다.
일부 미언론은 이 사건과 관련, 러시아가 과거 KGB처럼 방대한 스파이조직을 운용하고 있는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러시아언론에 의하면 대외정보국과 연방방첩국 모두 KGB의 영화는 잃어버린채 과도기적 진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노바야 가제타지에 의하면 91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가 러시아대외정보국장으로 임명된 이후 대폭적인 기구개편과 인원정리등으로 현재 정보원의 숫자는 과거에 비해 3분의1로 줄어들었다. 특히 38∼40세의 중견간부들이 상당수 해임 또는 사직하는 바람에 유능한 정보분석가들이 매우 부족한 상태인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정보거점 역시 약30여개가 폐쇄됐고 스파이의 숫자도 해외거점당 평균 8∼10명에서 2∼3명으로 줄어들었으며 대미첩보전의 경우 과거 수십명이 활동했으나 현재는 10여명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구소련 각공화국에서 활동하던 정보요원도 모두 철수하는 바람에 아르메니아공등에 관한 정보를 터키주재거점에서 보고하는등 정보수집능력이 크게 약화됐다.
또한 새로운 정보요원의 충원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 과거 KGB는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과 모스크바국립대학등의 졸업생중 최우수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었으나 이같은 특권은 사라진지 오래됐고 그나마 대외정보국에서 일하겠다는 지원자 수나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정보전문학교인 안드로포프대학도 학생수가 과거 3백명이었으나 현재는 50명밖에 안된다.
정보원들의 보호막역할을 했던 외무부와 국영통신사등도 더이상 스파이활동에 협조하지 않는것도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외국스파이색출과 국내정보수집을 주임무로 하는 연방방첩국의 사정도 마찬가지.
최근 T82탱크의 비밀을 캐내려던 스파이와 영국정부에 정보를 제공한 방산업체고위간부등을 체포하기도 한 방첩국은 국장인 골루쉬코가 해임되는등 옐친의 신임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옐친은 방첩국의 전신인 보안부가 국내정치에 대한 정보수집미흡과 잘못된 분석때문에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극우민족세력이 급부상하는 결과를 빚게 됐다며 보안부 해체를 명령했었다.
의회의 루츠코이전부통령 사면결정과 관련, 방첩국장을 해임한 옐친은 방첩국의 기능과 업무를 대폭 개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요원중 42%가 감축됐으며 간부들도 대폭 바뀌는등 새롭게 변신하기 위해 내부개혁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두 기관은 현재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있다. 정보국의 경우 개인용 컴퓨터조차 없으며 해외주재 정보원이 임의로 3백달러이상의 정보비를 쓸 수도 없다는 소문까지 있다.
러시아언론들은 최근 서구각국의 정보활동이 엄청나게 늘고있으며 러시아는「외국스파의 낙원」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외교관들은 러시아정보활동이 과거에 비해 축소된것은 사실이나 구KGB의 전통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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