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회창총리의 지시로 내달부터 공직자의 대기업위탁연수교육이 전면 중단된다. 기업의 생존현장을 배우는 장점도 있으나 특정대기업에 치중한 교육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지난 한달간 고위공직자위탁연수에 뒤이어 경쟁적으로 대기업연수 계획을 발표하며 법석을 떨던 일선 부처의 「바람」은 제동이 걸렸다. 사실 대기업 연수바람은 기업의 경영노하우를 국가경영에 도입하자는 소박한 의도에서 출발했으나 일선부처가 경쟁적으로 참가하면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정부의 변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는 물론 교육성과평가도 없이 추진돼왔다.
대기업연수만 받으면 공직자들이 일시에 엄청난 국제경쟁력을 가질 것처럼 홍보에 열을 올리던 정부의 대기업연수바람은 사실 집체주의문화, 모방행정등 공직사회의 고쳐지지 않은 병폐를 보여준 것이었다. 또한 운영에 따라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는 제도가 일선 부처의 호들갑으로 졸지에 없어지는 셈이 됐다.
대재벌의 연수원에 2박3일간 입교시켜 공직자들의 굳은 머리를 바꿔보겠다는 착상만큼은 참신했다. 그러나 문어발식 팽창,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비정상적인 노무관리, 기술개발보다는 땅투기에 열을 올린 대기업의 실상을 무시한채 획일적으로 특정기업 일색의 위탁연수를 전 부처의 간부공무원이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는게 이총리의 생각인 듯하다. 대기업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도 많지만 대기업도 스스로 고쳐가야 할 점도 많다는 게 총리실의 판단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은 공직자들이 대기업의 회사이익추구 차원에서 만든 연수교육에 참가, 자괴감을 느끼기보다는 자체연수시설에서 국민을 위한 행정구현에 골몰하길 원하고 있다.
대기업연수바람이 전시행정인지, 국민을 위한 행정배우기 노력이었는지는 『중앙공무원교육원과 부처의 자체연수시설을 활용해 제대로된 연수를 해보라』는 이총리의 지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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