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수 소설집 「수선화를 꺾다」/심산 장편소설 「사흘낮 사흘밤」/「광주」 후유증·빈곤문제등다뤄수선화…/6월항쟁 사진찍듯이 재조명사흘낮… 젊은 소설가 하창수씨(34)와 심산씨(33)는 무거운 주제를 경쾌한 감성언어로 풀어내는 공통점이 있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91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하씨는 군대체험을 다룬 작품을 통해 집단적인 폭력의 실체를 탐구해 왔고, 심씨는 「하이힐을 신은 남자」등에서 사회제도에 비판적인 작품을 써 오면서도 각자 발랄한 감성을 해치지는 않았다.
하씨가 광주의 후유증을 쓸쓸하고 안타깝게 그리고 있다면, 심씨는 80년대의 굵직한 사건을 기념사진을 찍듯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하씨는 최근 소설집 「수선화를 꺾다」(산책간)를, 심씨는 장편소설 「사흘낮 사흘밤」(풀빛간)을 각각 발표했다.
하씨의 「수선화를 꺾다」는 종교, 광주항쟁, 가난등 다양한 관심사를 응축하는 작품집이다. 그는 간결한 작품인 「빈 집의 사랑」에서는 인정받지도 못하는 시인의 쓸쓸한 삶을 그리고 있으며, 「둔주곡」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군대체험을 오버랩시키고 있다.
작가의 사회관이 드러나는 작품은 「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처절한 광주 학살의 현장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과 광주를 소재로 연재소설을 쓰는 작가를 등장시켜, 80년 광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뇌를 정리하고 있다.
정신병적 증세를 지닌 주인공이 소설가인 송선생과 만나면서 개인적 상처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해결되지도 않았으면서 묻혀진 문제, 잊혀진 일들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싶었다. 작품에서 안타깝고 쓸쓸한 분위기가 나는 것은 작가의 느낌이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씨는 건국대사건, 87년 6월 항쟁, 이한열 장례식의 현장에서「사흘낮 사흘밤」 동안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있다. 세 가지 사건에 모두 가담했던 이한섭과 양예원의 긴장과 갈등·사랑이 이야기를 끌고가지만, 사건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가는 『6월 항쟁은 민중이 승리한 드문 사건이다. 사람들이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심씨는 소설의 무대가 된 사건에 직접 참여했으며, 당시 운동권의 지도부가 내렸던 결정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면서 이 작품을 썼다. 해석의 잣대가 없어진 현대사의 한 부분을 재조명한다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사람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상처를 들쑤신다기보다는 재정립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작품들이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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