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용여부 확인」 엇갈린 평가/대북협상 「진행형」유지 시각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사찰결과에 대한 미국정부의 반응은 그리 명쾌하지 않다.
전반적인 사찰결과가 불만족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전혀 무익했다」고 말하기도 곤란하다는 것이 미국측 반응인 셈이다.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을 확인하고자 했던 「큰목표」를 달성하진 못했다 하더라도 핵물질의 전용여부를 확인하려했던 「작은목표」는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 물론 7개 핵시설중 방사화학실험실등 일부 시설에 대한 사찰이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것만으로도 미국의 추가 대응조치가 뒤따를만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정책목표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내지 핵개발을 차단하겠다는 것인 만큼 대북 핵협상을 「진행형」으로 남겨 놓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국무부에서도 핵사찰결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어느정도 유익했다』는 소극적 긍정론과 『건진게 없다』는 식의 적극적 회의론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다.
IAEA 특별이사회소집을 거쳐 유엔안보리로 핵문제가 넘어가게 될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찰전이나 사찰후나 강경·온건론이 병존하는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측의 여전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정부는 일단 21일로 예정돼 있던 북·미 3단계 고위급 회담을 부득이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정하고 있다.
핵사찰결과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고위급회담개최의 선행조건이었던 남북특사교환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측으로서는 일단 핵사찰의 완전한 이행과 남북특사교환 실행을 거듭 촉구하면서 북측에 공을 넘기려 할것이고 이를 3단계 회담의 연결고리로 계속 묶어둘 방침이다. 북한측이 15일 외교부대변인을 통해 『특사교환 강요시 IAEA의 핵감시활동을 보장 못한다』는 으름장을 놓은것도 21일 회담의 연기와 미국의 추가요구를 예상한 선제수로 보고있다.
설사 북한측이 21일이전에 「선고위급회담 후특사교환실행」을 협상카드로 내놓는다해도 미국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자칫 형식논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한이 있어도 북한에 대한 더이상의 양보는 불가하다는 자세이다.
지금까지 북측이 협상테이블에서 보여온 행태로 미루어 볼때 고위급회담후 특사교환은 그 의미나 내용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로서도 특사교환등을 통한 남북대화가 어느정도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미국측이 견인역을 계속 맡아줘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 대목에 대한 한·미간의 화음은 어느정도 확고한것으로 보인다.
미측으로서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협상의 채널을 IAEA와 북한, 남북한, 북·미간등 3갈래로 나눔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국이 고위급회담을 「무산」이 아닌 「연기」의 개념으로 접근할 경우 자칫 핵협상국면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있어 미국은 어차피 북·미간 실무대좌의 재개를 통해 핵문제 조기해결의 방법론을 새롭게 모색하게 될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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