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문고의 교실마다에는 서울대를 비롯, 고려대 연세대 등 세칭 명문대진학 졸업생들의 명단이 게시판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외국어고등 특수고교를 제외하고는 전국 최고의 서울대 진학률을 기록, 신흥명문고로 명성을 날린 이 학교는 그러나 안으로는 온통 비리로 얼룩진 채 썩어든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교사 35명은 15일 하오 2차 「양심선언」에서 내신성적조작 찬조금 강제징수등과 함께 교사구타 욕설 몸수색등 갖가지 교권침해사례를 폭로했다. 자신이 몸담아 온 학교의 비리와 이에 가담했던 스스로의 나약함을 참회하듯 토로하는 교사들의 표정은 참담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 앞에 떳떳한 교사가 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며 회한과 자책의 눈물을 쏟았다.
교사들의 자존과 명예가 이처럼 찢긴 환경속에서 학생들은 과연 「명문」에 걸맞는 교육을 받았을까.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결같이 나름대로 듣고 본 학교의 비리를 주저없이 이야기했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학교와 스승들은 온갖 비리에 얽힌 소문으로 뒤덮인 존재였다. 학생들의 가슴속에 「명문」의 자부심은 없었다. 그들도 상처받은 피해자였다.
그러나 16일 교무실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학교 비리에 대해 묻자 『그런데 신경쓸 여유가 없다. 당장 내 자식 진학이 중요한 문제 아니냐』고 쏘듯이 대답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렇게 시끄러워서야 아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별것 아닌 일로 공연히 소란스럽게 만든다」는듯한 불만스런 어투였다.
상문고 비리의 주역은 얼핏 교육자의 양심을 저버린 학교장과 타락한 교사들인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런 사이비 교육자들을 부추기고 비리의 온상이 「명문」으로 행세할 수 있도록 적극 「찬조」한것은 『돈이야 얼마가 들든간에 내 아들이 좋은 대학에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며 통곡하는 양심선언 교사들의 모습을 이 사회의 소위 「유력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행태에 비춰 되새겨 봐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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