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학생에게도 찬조금 강요/비리공개된후 아이들 볼 낯 없어” 『돈없고 「빽」없는 학생들은 반장도 학생장도 할 수 없습니다』
15일 저녁 상문고 교사 35명이 2차 「양심선언」을 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전주옥 식당에서 신동술교사(41·영어담당)는 지난해 학생장을 지낸 신모군(20)등 제자 9명에게 졸업식서 공로상등을 준 「대가」로 1백만원씩을 받아 학년주임에게 넘겨 준 사실을 폭로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신군의 아버지가 버스운전기사로 생활이 어려운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학년주임의 강압에 못 이겨 신군 어머니에게 「찬조금」을 요구하는 전화를 해야 했던 「못 난 스승」의 자책과 회한에 젖은 눈물이었다.
부유층이나 유력자가정 의 학생을 반장이나 학생장으로 임명하는 관행을 깨고 학생 투표를 통해 신군을 반장으로 선출할 때 부터 신교사는 학년주임등 학교 관계자들의 질책을 받았다. 『그래 가지고 어떻게 학급과 학교를 운영하겠느냐』는 조소어린 비난이었다.
비좁은 식당 방에 앉은 양심선언교사들은 『학교의 비리가 공개된 15일 아침 학생들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없었다』며 양심선언동기를 털어 놓았다. 직장을 잃지 않기위해 성적조작 강제모금등 학교측의 비리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자신들은 『교육자의 양심과 도리를 저버린 죄인』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모교사(53)는 지난해 11월 1학년주임으로 육성회보조금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는 상교장의 질책에 거세게 반발했다가 밤늦게 집근처에서 교통사고를 위장한 테러를 당해 머리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교사는 『그후 문병온 동료들이 반성문을 낸 탓으로 말을 거는것조차 꺼려 해 참담한 심정으로 지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가슴속에 묻어 두어야했던 울분과 자책감을 씻고 진실을 밝히는것이 그나마 제자들과 세상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교사의 자세와 교육의 정도를 되찾기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교육현장의 암담한 현실과 교사들의 고뇌가 한 곳에 압축된 모습이었다.
상문고재단의 잡음이 처음 밖으로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83년. 당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학교소유토지 2천여평을 20억원에 매각하면서 이 중 12억3천만원을 상교장 개인토지구입비로 사용한 사실이 당시 서울시교위 특별감사에서 확인돼 이 돈 전액을 학교재산으로 환원토록 시정조치를 받았다. 87년에는 육성회 찬조금 1억여원을 거둬 학교부지내 2천여평을 골프연습장으로 위장임대해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역시 시교위의 감사를 받았다.
육성회 찬조금 불법징수는 상문고 비리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돼온 항목. 86∼90년도 사이에 10억여원을 거둬 학교측에서 횡령했다는 진정에 따라 당국에서 여러 차례 조사한 끝에 90년 4천1백여만원 정도가 육성회장 명의의 개인통장에 입금돼 있는등 변칙운용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밖에 86∼89년에 이중시간표를 만들어 보충수업비를 유용했다는 주장이 일부 교사들로부터 나오는등 숱한 구설수가 줄을 이었다.
상교장은 85년에는 상문고의 영어, 수학교사 4명을 불러 자신의 자녀들에게 불법으로 과외수업을 하도록 했다가 적발돼 재단이사장이던 부인과 함께 파면되고 관련교사들은 전원 구속됐다.
또 92년에는 학교 진입로 옆의 신축건물이 교육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 학교 교사 50여명이 10여차례나 서초구청장실을 점거, 농성을 벌여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같은해 7월 서울시에서 상문고의 학교용지를 해제, 수익용재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때도 거센 특혜의혹 시비가 일어 결국 시의회에서 보류결정이 내려지는등 상문고와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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