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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땅값… “만병의 근원”(고지가 벽을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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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땅값… “만병의 근원”(고지가 벽을 깨자)

입력
199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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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9년새 6백18배 올라/“사면남는다” 돈흐름 왜곡 지난 연말부터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특별기획된 시리즈의 제4부 「고지가벽을 깨자」가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고비용」 「고금리」 「고임금」에 이어 계속되는 「고지가벽을 깨자」시리즈에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토지신화」의 허구를 파헤치고 올바른 토지정책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편집자주】

 우리나라의 땅값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남한땅을 모두 팔면 미국땅 3분의1을 살 수 있다. 남한의 약 3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전체 국토의 4.4%에 불과한 대지 공장용지 공공용지등 가용토지의 땅값만 갖고 비교하면 부동산천국이라는 일본보다 땅값이 비싸다.

 땅값상승률 역시 세계 최고다. 지난 63년이후 89년까지 26년동안 전국 12개도시의 평균 땅값은 6백18배 올랐다. 연평균 23.8%의 폭발적인 상승률이다. 땅을 갖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믿음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땅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토지신화」가 사라지지 않는한 땅값 폭등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높은 땅값은 만병의 근원이다. 금리를 낮추어도 땅값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은행을 빠져나온 돈은 생산현장으로 가지않고 막바로 땅으로 스며들고 만다. 집값 전세값상승은 임금인상과 직결된다. 도로 하나도 제대로 건설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등 3고중 고지가가 「족쇄의 연결고리」다. 땅 때문에 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땅값 안정없는 국가경쟁력강화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고금리의 벽을 깰 수 없고 고임금의 벽을 깨기는 더더욱 힘들다. 숭실대 노사관계연구소는 89년부터 92년까지 4년동안 6대도시 전세입주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액은 2백50만원(총액기준)이지만 이 기간에 전세금은 5백만원이 올랐다는 조사자료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영주와 근로자가 임금인상률을 놓고 아무리 싸워도 해결이 날 까닭이 없다. 소득이 땅부자에게 모두 이전돼 기업은 높은 임대료와 함께 임금부담에 허덕이고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공복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높은 물류비용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나 턱없는 땅값때문에 도로등 기초 물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년사이에 도로건설을 위한 주요지역의 토지수용비는 1백배나 올랐고 도로사업비중 용지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9년 6·2%에서 91년 45%로 뛰었다.

 높은 땅값으로 기업들은 추가투자를 못하고 기계를 뜯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창업비용가운데 용지구입비가 평균 2억원(93년)으로 설비투자금융의 38%에 달해 역시 땅값이 창업의 최대 장애가 되고 있다. 눈앞에 둔 자본시장개방도 땅값의 안정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자본시장개방으로 금리안정과 풍부한 자금확보등을 기대할 수 있으나 땅값을 안정시키지 않을 경우 외국자본은 우리나라의 땅으로만 몰릴 것이기때문이다. 땅값이 안정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숭실대 이진순교수는『고지가의 원인은 시중 여유자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갈 수 없도록 막고 있는 잘못된 토지세제도와 정부가 쥐고 흔드는 관치금융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일본의 5%에 불과한 땅 소유자들의 토지보유세액(89년 지가총액대비)을 단계적으로 높이는등 정책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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