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유지 불구 「밀월」회복 쉽지않을듯 『신혼기간이 지났다고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은것은 아니다』
안드레이 코지레프러시아외무장관은 1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과 회담하기에 앞서 최근 불편해진 양국관계를 이같이 표현했다.
양국외무장관은 이날 3시간여에 걸쳐 보스니아사태와 중동평화회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대문제등을 논의한 끝에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유지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관심을 끌어온 양국간의 밀월관계회복이 쉽지않은 과제임을 확인했다.
이는 러시아가 91년 구소련의 붕괴이후 지역분쟁등 국제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을 전폭 지지해왔으나 최근 민족주의 세력의 득세와 서방의 대러시아지원미흡등으로 외교노선을 수정했기때문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이 보스니아사태등 일련의 국제분쟁해결에서 독주를 해온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국과 나토는 동구권국가와 구소련의 각공화국을 러시아의 허락없이 안보체제내에 흡수하려고 했으며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습결정을 내리는등 러시아의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는 또 최근 헤브론 학살사건으로 중단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상에 대한 개입을 미국이 원치않고 있다는 점에도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중동평화협정의 공동서명국중 하나이며 나토의 평화를 위한 동반자계획도 자국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독립국가연합(CIS)소속 이웃나라인 우크라이나 카자흐 그루지야등의 국가정상들이 속속 워싱턴을 방문, 미국과 유대를 맺고 있는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러시아는 미국측에 진정한 동반자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양국의 동등한 위상정립이 중요하다며 자국이 열등한 입장에서는 결코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기힘들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언론은 미국이 러시아를 열등한 동반자로 취급한 사례로 미중앙정보국(CIA)스파이사건과 리처드 닉슨전미대통령의 모스크바방문을 꼽고있다. 미스파이사건은 러시아가 보스니아사태해결을 위해 세르비아계를 설득한 이니셔티브를 취한 직후 터져나왔으며 닉슨 대통령은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산드르 루츠코이전부통령을 만나는등 현정권의 반대파들과 회동, 크렘린을 경악케 했다.
크렘린궁과 러시아외무부일각에서는 미국이 고의적으로 러시아를 깔보는 행동을 함으로써 러시아의 반응을 떠보려는 고도의 심리작전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같은 강경한 입장이 자국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냉전시대이후의 새로운 국제질서개편과정에서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결국 미국과 러시아는 앞으로 사안에 따라 전략적인 동반관계를 추구하겠지만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더욱 상반된 이해관계를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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