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재야세력―재야권이 날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재야의 변화는 지난날 철저하게 외면하고 적대시까지 했던 제도권에의 진입에서부터 또 몸에 익숙한 투쟁적인 모습을 벗고 국민적인 당면 이슈에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시도하고 있는것이 그것이다. 재야의 이러한 변화·변모 움직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차제에 재야세력은 스스로 해체·해산하여 제도정치권등에 참여하거나 전업분야로 복귀해야 한다는게 우리의 주장이다. 민주화시대에 재야란 어색하기 짝이 없는것이다. 재야는 독재정치·군사통치의 산물이다. 1970년대초 10월유신 선포로 반민주적인 암흑시대가 시작된 이래 지난 20여년동안 학자 종교인 법조인 의사 청년학생등 지식인들은 「민주회복의 기치」를 내걸고 분연히 독재정권에 항거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불법연행, 수감, 고문, 강제해직등 엄청난 박해와 탄압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민주와 애국의 열성으로 맞섰던것이다.
그러나 안으로는 6·29선언과 6공이 시작되고 밖으로는 공산권이 붕괴되어 냉전체제가 와해되는 대변혁의 흐름과 함께 국민들은 재야에 대해 투쟁적이고 급진적인 이미지를 벗는 한편 장외서 장내―제도권으로 진입, 민주화촉진에 동참해줄것을 기대했었다. 재야는 상황변화의 의미와 바람을 제대로 읽지 못해 88년 13대총선서는 총유효투표의 1.28%, 14대때는 1.5%에 단 1명의 당선자를 내는데도 실패했음은 잘 알려진대로다.
30년만에 부활된 문민정부가 출범후 단행한 과감한 개혁조치는 재야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또 새정부가 재야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여러명 기용한것도 큰 변화다. 이를 두고 재야안에서는 「변절론」과 『김대통령의 개혁이 실패하면 반민주보수세력이 역류한다』는 협조논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정치개혁법의 완성을 계기로 민자당이 지구당조직책에 골수재야운동권 출신을 기용한것 역시 큰 변화의 하나인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 유일하게 순수재야권의 고수를 주장해왔던 김근태씨등이 제도정치권에 진입하여 내년 4대 지방자치선거에 참여할 뜻을 밝힌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먼저 여야의 개혁세력·시민운동세력등과의 연합을 하는 안, 민주당의 개편을 전제로 참여하는 안을 모색하고 모두 안될 경우 순수재야만의 독자정당을 창당할것을 구상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정치개혁법의 국회통과로 돈 안쓰는 선거와 깨끗한 정치를 겨냥하여 정계의 대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모든 재야나 운동권세력도 정치에 뜻을 세웠다면 기성정당에 참여하든 독자정당을 결성하든 모두 제도권진입을 서둘러야 한다.
민주화시대의 재야세력은 제도권내의 진보파로서 각급선거에 참여, 새정치구현과 통일문제서부터 경제 노동 환경 농어민보호 교통 치안 교육등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 향상시키는데 기여해야 할것이다. 그럴 경우 재야를 보는 국민의 시각과 평가 역시 달라질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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