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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와 납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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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와 납세(사설)

입력
1994.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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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주교회의가 신부등 1천8백여 성직자에게 지급되는 성무활동비등에 대해 소득세를 내고 납세 시기등 구체적인 방안은 교구별로 마련하기로 한것은 획기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성직자가 세금을 내는것은 그동안 예가 없었던것은 아니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자의에 의한것이었다. 한 종교가 종단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한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개신교 불교등 타종교에도 파장이 미칠것으로 보인다. 성직자들의 소득세납부문제는 80년대부터 떠올랐다. 교단살림이 커지고 일부 성직자들이 호화생활을 함에 따라 성직자들도 권리만 주장할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쟁을 거듭해왔다. 그때마다 종교계는 세금부과는 종교활동을 위축시키고 종교활동비는 소득이 아니라고 이를 물리쳤다. 역대 정부도 정권유지 차원의 이유와 종교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을 꺼려왔다.

 현재 종교계가 받고 있는 세금혜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한다」는 단서와 그 처리기간에 시한이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을 사고 파는것은 물론 은행 이자에 대한 각종 세금도 면제 받았다. 상속이나 증여를 받아도 종교의 이름 아래에서 온갖 세금혜택을 누려왔다.

 이번에 가톨릭주교회의가 소득세를 내기로 한것은 이같은 세금성역의 한구석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현재로는 자진납부의 형태가 되겠지만 성직자들도 국민으로서 납세의무를 다한다는 점에서 개혁바람이 불고 있는 사회에 자극제가 될것이다.

 그동안 우리종교계는 세금 혜택속에서 부정적인 면을 많이 노출시킨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종단이 거액의 헌금등을 받으면서도 종교 본래의 사명인 사회적 기여보다는 화려한 성전을 짓고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일부 성직자들은 도덕적 타락은 물론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부를 과시, 헌금으로 마련한 종교재산을 사유화한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가톨릭의 이번 결정은 상징성이 강하지만 종교계의 이같은 부정적인 면을 씻고 개혁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개신교 불교등 다른 종교도 가톨릭의 결정에 동참해 종교계에 일기 시작한 개혁바람이 봄바람처럼 일과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것이다. 정부도 이같은 종교계의 움직임을 받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당장 성직자의 소득세납부에 법률을 앞세우는것보다 자진납부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납세문제가 종교자유 침해나 종교활동 위축과 연결되는것을 우리는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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