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도심에서 “50년대 생활”/모든전화 불통… 이동전화차 장사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도심에서 “50년대 생활”/모든전화 불통… 이동전화차 장사진

입력
1994.03.13 00:00
0 0

◎상점 개점휴업… 부도걱정까지/동행정·파출소업무 등도 “발로”/통신구 화재… 종로구 창신동 모습 서울 종로구 창신 1,2,3동 주민들은 요즈음 50년대처럼 살고있다. 종로5가 지하통신공동구화재로 전화가 끊긴것이 이토록 불편할 줄은 미처 몰랐다.

 창신국민학교 옆에 배치된 한국통신 이동전화차 앞에 늘어선 20여 주민은 모두 볼이 부은 표정이었다. 모든 가정의 전화회선이 불통이어서 급한 전화를 걸려고 집앞 공중전화를 찾아갔다가 그것마저 먹통임을 알고 물어물어 이동전화차를 찾아온것이다.

 두터운 겨울옷에 목도리까지 매고 차례를 기다리던 이옥순씨(55)는 이번 사고가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심근경색과 심장판막증 수술을 받은뒤 항상 마음을 졸이며 사는데, 만약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구급차도 부르지 못하고 비상약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것이다.

 전화로 생업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시름은 생각보다 깊었다. 주변상인들과 회사원들을 상대로 배달영업에 의존해온 중국집 대성원은 오토바이 3대를 가게앞에 세워놓고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들을 열의없이 받을 뿐이었다. 평소 1백20여회씩 오던 전화주문이 이날은 하오1시까지 방문주문 8차례에 그쳤다.

 창신2동에서 농협 양곡직매점을 운영하는 박재환씨(58)도 하루 10여차례 오던 전화주문이 없어 방에 그냥 누워있다면서 『오늘 있다는 고향친목계도 어디서 몇시에 하는지 연락받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창신동 완구골목에서 한일교재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송주경씨(42)는 하마터면 부도를 내고 사업을 망칠뻔 했다. 하루 한번 꼴로 은행에 결제 여부를 확인하던 송씨는 전날 이를 확인하지 못하다 하오4시30분께 손님의 핸드폰을 빌려 은행에 연락, 1천만원짜리 당좌수표가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가까스로 결제를 할 수 있었다. 송씨는 가게매출도 반이상 떨어져 정말 부도를 걱정해야할 처지이다. 

 12일 상오11시께 창신2동 사무소는 주말답지 않게 한가로웠다. 한 주일의 업무를 마무리하려고 종로구청과 쉴새없이 주고받던 업무연락은 물론, 주민들의 문의전화도 끊어졌다. 지난10일 지하광케이블화재로 통신망이 완전히 단절된 이후 일반전화 행정전화에 구청과 연결된 컴퓨터 통신까지 끊긴지 벌써 3일째. 종로구청과의 문서연락은 하루 2차례씩 학생직원을 보내 해결하고 급할 때는 직원이 직접 뛰어가기도 한다.

 일반전화 1회선과 경비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창신2동 파출소는 동사무소에 비하면 사정은 한참 나은 편이다. 그러나 컴퓨터전산망이 먹통이어서 차적조회 주민조회가 불가능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고, 방범업무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통신이 철야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12일 하오 10시 현재 혜화·을지전화국관내 창신동 관수동 장사동 예지동 종로2∼5가동등 8개동의 일반가입자전화 2만1천3백33회선이 아직 불통중이다. 한국통신은 이들 회선을 15일까지 완전복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삼우·권혁범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