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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4개항 철회… 막판 합의엔 미흡/또 실패로 끝난 6차 실무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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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4개항 철회… 막판 합의엔 미흡/또 실패로 끝난 6차 실무접촉

입력
199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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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문제 첫 토의… 특사임무 등 이견/북,대미회담 의욕… 지연책 한계 전망 특사교환 실현의 「마지막 분수령」으로 표현됐던 12일의 실무대표접촉에서도 남북한이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특사교환은 물론 미·북한 3단계회담등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인 조치들의 순탄한 이행이 일단 벽에 부딪히게 됐다.

 이날의 판문점접촉에서 남북한은 앞서 5차례의 접촉들에 비해서는 많은 진전을 봤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미·북한의 3단계회담이 예정된 21일까지 특사교환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우리측은 이번 접촉에서의 합의실패로 미·북한 3단계회담 일정을 연기하는것은 물론 올해 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조치도 「잠정유보」됐다는 입장이다.

 이날 접촉은 35분간 계속된 쌍방 수석대표간의 단독회동을 포함, 이례적으로 장시간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북측은 과거와는 다른 몇가지의 유화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우선 회담의 진전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았던 4가지 요구사항을 사실상 철회했다. 북한은 회담 초입단계에서 4가지 요구사항의 부당함을 지적한 우리측의 주장을 『유의하겠다』고 밝혀 기존의 입장에서 다소 후퇴했다. 본회담후 단독회동에서는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를 실무대표접촉에서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으로 물러났다. 우리측은 이를 특사교환의 전제조건으로 요구사항들을 제기했던 기존의 자세를 철회한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측은 또 합의서채택에 앞서 쌍방이 특사교환의지에 대해 합의했다는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자는 색다른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의 이같은 자세들은 남북특사교환 문제로 인해 미·북한 회담이 연기되는 사태를 막기위한 마지막 시도들인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북측의 입장후퇴가 극적인 막판합의를 가져오는데는 미흡했다. 우선 「공동보도문」 발표제의는 우리측에 의해 단호히 거부됐다. 특사교환논의를 제자리 걸음시킨 채 미·북한3단계회담만을 앞서서 갖기위한 「모양새갖추기」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남북한 쌍방은 이날 사실상 처음으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절차토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정부측에 의하면 각각 제시한 합의서초안들에 언급된 절차문제 28개항중 25개항에 합의하고 있음을 양측이 확인했다. 미합의항목들은 특사의 임무, 방문의 순차 문제, 체류일정등 3개항이다. 이 항목들은 절차문제 협의에서 쌍방이 맞바꾸어 거래하려는 카드들이다. 이 핵심항목들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것은 남북한 양측이 아직은 특사교환타결을 위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특사의 임무와 관련, 북한측은 이른바 전민족대단결의 실천문제등 7가지를 제기하고 있고 우리측은 과거 북한측의 요구를 수용한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순차문제는 우리측이 서울을, 북측이 평양을 각각 먼저 방문하라는것이고, 체류일정은 우리측이 4박5일, 북측이 3박4일을 각각 주장하고 있는것.

 북한이 특사교환을 지연해온것은 미국과의 3단계회담을 먼저 가짐으로써 남북관계를 계속 대미협상의 카드로 지니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특사교환의 모양새만을 갖추고 미·북한 3단계회담을 가진뒤 특사교환협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보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26일의 뉴욕접촉에서 북한측이 특사교환의 실현문제를 합의문에 넣는것을 마지막까지 거부했고 그 이후 강석주외교부 부부장의 담화에서 『북한의 끈질긴 주장으로 미국측이 특사교환에 관한 부당한 요구를 철회했다』고 주장해온것이 북한측의 일관된 자세였다. 이같은 입장에는 한미공조체제의 압력에 굴복, 후퇴하고 말았다는 체면깎이기를 피해보겠다는 사정이 있을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측으로서는 북한이 이같은 자세를 갖고 있는한 미·북한 3단계회담을 계속 순연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선후관계를 고수하지 않는한 미·북한관계의 진전과 남북관계간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후 대북정책에서 순탄한 진전을 보장하는 카드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사교환문제는 점차 본질문제의 줄다리기보다 「시간싸움」으로 형국이 바뀌어가고 있는 느낌이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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